[기업 채용 ‘탈스펙’ 대세] 잘 쓴 자소서 한 장, 열 스펙 안 부럽다… 입사지원서의 변신
입력 2015-03-21 02:31
올해 대졸 공채에 탈스펙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를 대비한 1대 1 자기소개서 첨삭지도나 관련 특강을 강화하는 등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기업들은 올 상반기 공채에서 너도나도 탈스펙을 외치고 있다. SK그룹은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지원자의 외국어 능력과 IT 자격증, 해외연수 경험 같은 스펙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LG그룹 역시 입사지원서에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입력란을 삭제했다. 그 외 현대자동차그룹도 입사지원서에 동아리나 봉사활동 기입란을 없앴고, 포스코 역시 한국사 등 일부 자격증을 제외한 자격증 평가우대 정책을 폐지했다. 스펙이 사라진 대신 기업들은 구직자의 능력이나 도전정신 등을 눈여겨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SK는 자기소개서 평가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에 좋은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강대 취업지원팀은 이달 초 진행한 자기소개서 작성 관련 특강에 예년보다 2배 정도 많은 400여명의 학생이 몰렸다고 한다. 취업지원팀 직원이 하루 8명 정도 자기소개서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데, 이미 3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황이다. 주말에 진행하는 1대 1 자기소개서 첨삭지도에도 20∼30명씩 학생이 몰리고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20일 “올해 자기소개서 관련 학생 수요가 워낙 많다보니 1대 1 첨삭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고,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사전단계, 직무분석 관련 특강도 추가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도 올해부터 자기소개서 대비 관련 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한다. 예전보다 자기소개서 작성 관련 문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력개발센터에서는 우선 지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기업 공채가 시작되는 3월 중에 총 6회의 자기소개서 대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워크숍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직무기반 자기소개서 쓰기 2회, 산업기반 자기소개서 쓰기 4회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겨울방학 기간에는 직무 맞춤형 및 스토리텔링 중심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원하기 위한 특강도 마련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공채에 대비해 신학기부터 각종 자기소개서 작성 관련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고, 교내외 전문 컨설턴트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1대1 서류 클리닉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자기소개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도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강미선 취업컨설턴트는 합격을 부르는 자기소개서의 특징에 대해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이 담겨 있어야 하고, 자기소개서의 질문에서 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기업의 의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핵심이 되는 내용은 서두에 배치하고 근거가 되는 사례가 적합해야 하며, 그 사례가 지원 직무와 연관성이 높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본인의 역량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그는 “본인이 지원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각 그룹이 지향하는 독특한 인재상을 충족할 수 있는 경험이나 능력을 이해하기 쉽게 어필하는 자기소개서가 정답”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