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는 우리가” 달구벌 달구는 ‘자율방범대’… 대구시내 자치조직 조성 러시

입력 2015-03-20 02:47
대구 중구 동인동 행복 수호대 대원들이 지난달 27일 이웃 주민이 살고 있는 오래된 집을 보수하고 있다.대구 중구 제공

대구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를 지키는 마을공동체 정신이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여성·노인 보호, 훈육, 부양까지 동네의 모든 것을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는 자치 조직이 대구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19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중구 주민 250여명이 행복 수호대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구의 도움으로 결성된 이 단체는 아동·여성·청소년 보호, 소외계층 돌봄, 지역사회 안전 감시 등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조직됐다.

중구 12개 동에 행복 수호대가 조직돼 있으며, 동별로 20∼25명씩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있다. 심야시간 여성·아동 등의 안전귀가, 폐·공가와 공원 등 취약 지역에 대한 정기순찰, 학교·학원 주변 순찰 및 학교폭력 예방, 독거노인이나 취약 가정 방문, 도로시설물 안전 확인 등이 주요 임무다.

이들의 활동으로 동네는 더 살기 좋은 곳이 됐다. 남산4동 행복 수호대는 가옥의 붕괴 위험을 집 주인에게 알려 사고를 막기도 했고 성래2동 행복 수호대는 순찰 중 화재를 조기 발견해 피해를 줄이기도 했다.

이런 자치조직은 계속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구시는 온 마을이 합심해 청소년을 지키고 가르치는 ‘우리 마을 교육나눔 사업’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 사업은 동 주민센터(마을)를 중심으로 학교, 경찰서, 복지관, 청소년시설 등 온 마을이 함께 교육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안전하고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대구시는 벌써 8개 구·군의 동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중구 동인동·성내3동, 동구 신천 1·2동과 불로봉무동, 남구 대명2·9동, 북구 산격2동·관음동·대현동, 수성구 황금1동·지산1동·범물1동 등 19곳을 선정했다.

대상 지역 동네 주민들은 안전순찰대 운영, 이웃의 가출 청소년 보호, 폭력예방 캠페인 등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마을 안전망을 구축한다. 또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가정 자녀, 위기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대학생을 포함한 주민들이 멘토가 돼 방과 후 학교, 토요교실, 공부방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어르신들도 동네 지키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 중구에서는 조선시대 포졸 복장을 한 어르신들이 ‘은빛 순라군(巡邏軍)’이라는 이름으로 동네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2009년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은빛 순라군은 매년 대한노인회 대구 중구지회 소속 어르신들 중 24명을 선발하고 있다. 월, 수, 금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중구 8개 권역에서 3인 1조로 청소년 범죄와 탈선을 감시하고 있다.

대구 서구에는 전국 최초로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시니어 캅스도 만들어졌다. 지역 시니어클럽 회원 34명으로 구성된 시니어캅스는 오는 11월말까지 지역 치안 사각지대를 돌며 각종 문제점을 파악하고 청소년 등을 계도할 계획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