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별명은 ‘빙판 위의 메시’다. 그만큼 개인기가 좋고 골 감각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의 골잡이 정승환(30·강원도청). 빙판 위에서 골을 쓸어 담는 모습을 보면 탄성이 절로 터진다. 정승환은 2015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아이스슬레지하키 세계선수권대회 B풀 풀리그에서 놀라운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정승환은 19일(한국시간) 스웨덴 외스테르순드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대회 풀리그 3차전에서 4골을 터뜨렸다. 1차전에서 3골, 2차전에서 4골을 터뜨린 정승환은 3차전에서도 4골을 몰아넣는 기염을 토했다. 정승환은 3차전까지 11골을 기록, 페르 카스페리(6골·스웨덴)를 따돌리고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어시스트도 6개나 기록해 득점 포인트(골+어시스트) 부문에서도 14점으로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정승환의 활약에 힘입어 슬로바키아를 9대 1로 완파하고 3연승으로 풀리그 단독 선두를 달렸다. 대회 개최국 스웨덴도 3승째를 올렸으나 한국은 골 득실에서 무려 17골을 앞서 우위를 차지했다.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도초도에서 태어난 정승환은 5세 때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의족을 차고 생활하던 그는 19세 때인 2004년 6월 성남 탄천빙상장에서 아이스슬레지하키를 처음 봤다. 그는 금세 아이스슬레지하키의 매력에 빠졌고, 주말마다 강습회에 참여해 썰매와 씨름을 했다. 2년 뒤 그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키가 165㎝인 정승환은 체구도 작아 몸싸움에 약하다. 하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개인기로 약점을 보완한다. 그는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무대에 데뷔했고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 B풀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 A풀에선 한국의 준우승 주역으로 활약하며 이 종목의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정승환의 목표는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A풀 승격을 이룬 뒤 2018년 평창 패럴림픽에 자력으로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빙판 위의 메시’ 정승환 원맨쇼… 3경기서 11골 폭발, 득점 선두
입력 2015-03-20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