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좌제일교회 김명서(51) 목사는 교회 청년 철희씨의 죽음 직후 어려운 고백을 했다. 2005년 부임한 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들의 죽음에 관한 고백이었다.
김 목사는 부임 전 충남 천안중앙교회 부목사로 있었다. 1녀1남을 두었다. 한데 아들 한길이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잘 움직이질 못했다. 뇌에 이상이 있었다. 아이는 신체와 언어 이중 장애를 겪으며 보살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부부는 항상 감사했다.
그러면서도 사모는 교회에 누가 될까봐 항상 조심스러웠다. 김 목사는 “아들 끌어안고 (치료하기 위해) 안가본 데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다섯 살 짧은 생애를 살았다.
그 아버지의 가방엔 지금도 아들을 생각하는 ‘사망진단서’가 들어 있다. 철희씨 어머니 최 권사가 아들의 방을 치우지 못하는 것과 같다.
“천하를 잃은 심정인 철희씨 부모에게 천하를 잃은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어 고백했습니다. 우리 주님은 대속하시어 생명수로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내주신 하나님이십니다. 철희씨는 우리 곁에 ‘우물’로 남아 있습니다.”
가좌제일교회는 ‘철희의 우물’을 계기로 해외 선교에 ‘집중과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물 부족 국가인 필리핀의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 주력한 것이다.
“공사비 30만원이면 우물 하나를 팔 수 있어요. 그러면 수십 가정 수백명이 석회석 성분의 물 대신 맑은 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레가스피나 안티폴로가 주 ‘우물 선교’ 지역입니다. 필리핀 선교에 열심인 엄기일(64) 장로·오진숙(63) 권사 부부와 청년회장 출신 필리핀 사업가 현효진(49) 형제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현지 사정을 파악 못하면 수도펌프 하나 설치하는 데 수백 수천 만원이 들거든요. 설치 후 관리도 중요하고요.”
우물 선교 릴레이를 잇는 이들은 저금통을 헐거나 회갑 식사비용을 아꼈다. 때문에 고사리 손에서부터 쌈짓돈 모은 노(老)권사에 이르기까지 사연도 다양하다. 지난해엔 혈액암으로 20대 나이에 숨진 ‘성표의 우물’이 60번째와 69번째였다.
교회 측은 본격적인 우물 선교를 위해 오는 4월 박찬길(47) 부목사를 선교사로 파송키로 했다.
가좌제일교회는 인천의 서민층이 사는 가좌3동에 있다. 선뜻 남을 도울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도 이들은 적은 돈으로 큰일을 한다. 400석 예배당이 좁아 3∼4부로 나누어 예배를 볼지언정 지역 공동체를 위한 7층 규모의 ‘비전아카데미센터’를 먼저 헌당했다. 성경아카데미, 노인대학, 지역아동센터, 한국어교실, 느티나무도서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센터에서 이뤄진다. 유명인 초청 부흥회를 하지 않는 것도 이 교회의 특징이다.
이 교회는 1972년 1월 인천제일교회 여전도회에서 개척했다. 당시 인천제일교회 목사가 ‘설교의 달인’으로 불리는 곽선희 목사였다.
김명서 목사 부임 당시 가좌제일교회는 재적 200여명이었다. 지금은 1700여명의 중형교회다. 교회 성장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설교에 최선을 다하고’ ‘심방을 통해 교인과 같이 호흡하고’ ‘행정체계를 갖추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나의 목회 스승인 천안중앙교회 이순 목사와 청주상당교회 정삼수 목사를 통해 ‘상식과 순리’를 배웠다”고 밝혔다.
김 목사의 목양실은 10㎡(3평) 남짓이다. 자동차는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도록 국산 다인승이다. 단기선교를 떠나면 김 목사 자신도 사례비에서 똑같이 비용을 낸다.
인천=전정희 선임기자
우물 하나 파는 데 30만원… 신도 성금도 샘 솟듯
입력 2015-03-21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