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지만 바람이 차다. 나같이 추위 무서워하는 사람에겐 겨울보다 견디기 어렵다. 마음은 이미 봄 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리라. 나무들에겐 푸른 기미가 보이는지라 겨울이라 해도 봄이라 해도 무방한 3월이다. 그래서 10%로의 여지를 자신이 봄으로 혹은 겨울로 만들 수 있는 달이기도 하다. 그런 선택의 계절이 3월이 아닌가 한다.
옷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요즘 패션 스타일은 ‘새 옷인 듯 새 옷 아닌 스타일’ ‘멋 냈지만 멋 내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한다. 요상한 유행이기는 하지만 매력도 있다. 완전 유행에 따르는 것이 아닌 ‘내’가 스며들 여지가 있다. 몇 년 지난 옷에 아니면 싼 옷을 사다가 새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을 레이스 리프트 현상 혹은 패션 모디슈머라고 부른다고 한다. 불황 탓에 부족한 패션 분야에 창작력을 채우는 소비자를 말하는데 매력은 내가 끼어들 수 있는 여백이다. 내 옷에 내 집에 내 아이디어가 스미면 그게 예술의 기초가 된다.
집안 꾸미기도 완전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재미가 덜하다. 며칠 전 색동 보선 한 짝을 사다가 벽에 걸어 두고 장미 한 송이를 꽂았는데 예쁘다. 그 주변도 살아난다. 집도 취미동산이다. 별 것 아닌 것을 별 것으로 만드는 일이 세상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든다. 내 삶에 덤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도 완벽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의 좋은 점에 덤을 보태면 견딜 만하다.
집과 여자는 꾸미기에 달렸다는 말, 거짓은 아니다. 같은 물건으로 변화를 주면 새 기쁨이 온다. 나는 백화점을 잘 다니지 않아 거리패션에서 즉흥 구매를 잘 하는 편인데 실수가 따르지만 요즘 이것저것 꺼내어 나름으로 새로움을 창출할 수 있어 다행이다. 너무 비싸거나 브랜드가 정확한 것은 손 댈 수가 없지만 내 옷들은 변형하는데 마음이 편하다.
목걸이나 브로치와 머플러로 다양하게 변화를 주는 창의성의 3월은 멋도 내고 삶의 의미와 기쁨을 더해 선뜻 봄이 만져지는 느낌이다.
신달자(시인)
[살며 사랑하며-신달자] 3월과 창의성
입력 2015-03-2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