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 양동근은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심장’이다. 2004년 신인 시절부터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며 모비스를 이끌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도 정규리그 54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경기당 평균 31분26초를 뛰었다. 경기 출장 시간이 모든 선수를 통틀어 1위다. 특히 유재학 감독의 복잡한 전술을 현장에서 구현하며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울산 모비스가 1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양동근을 앞세워 창원 LG를 86대 71로 대파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모비스는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한발 다가섰다. 반면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고양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LG는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며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기선제압이 중요한 1차전에서 양동근은 상대 포인트가드인 김시래를 정조준했다. LG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김시래로부터 파생되는 공격으로 오리온스를 꺾고 올라왔다. 이에 양동근은 초반부터 김시래의 기를 죽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수비에서는 김시래에 찰거머리같이 따라붙었고, 패스할 틈도 주지 않았다. 공격에선 면전에서 포스트업을 성공시키고 3점포까지 폭발시켰다. 당황한 김시래는 턴오버를 남발했고, 덩달아 LG의 공격 흐름도 끊겼다.
LG는 1쿼터 중반 김시래를 벤치에 앉히고 양우섭을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모비스는 1쿼터에만 14점을 몰아친 양동근을 앞세워 29-18로 앞섰다. 그리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양동근은 38분54초를 뛰며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28점을 넣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24점, 19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LG는 2쿼터 초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8점을 넣은 유병훈을 앞세워 29-31까지 쫓아갔다. 하지만 모비스가 전열을 재정비하자 급격히 무너졌다. 연속 두 번 24초 공격제한시간에 걸렸고, 양동근에게 연속 4점을 뺏기며 그대로 무너졌다.
LG는 노련한 양동근의 경기 운영에 덤벙거리다 힘 한 번 못쓰고 패배했다. 서둘러 난사한 슛은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2점슛 55개를 쏴 단 22개(40%)만 림에 넣었다. 반면 모비스의 2점슛 성공률은 61%나 됐다. 그나마 유병훈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1점을 넣은 게 위안거리였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이 앞에서 많은 공헌을 해줬고, 함지훈이 중간에서 공 흐름을 잘 가져가줬다. 마지막에 라틀리프가 골 밑을 장악해 비교적 쉽게 이겼다”고 흡족해했다. 반면 LG 김진 감독은 “(양동근이 있는) 앞선에서의 부담이 컸다”면서 “양동근의 활동폭이 워낙 좋았다”고 패배를 곱씹었다.
한편 유 감독은 이날 승리로 플레이오프 통산 41승(31패)째를 거둬 부산 kt 전창진 감독(41승33패)과 함께 플레이오프 최다승 사령탑에 올랐다.
울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양동근의 힘… 모비스, 첫판 잡았다
입력 2015-03-19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