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역전극 네타냐후’ 먹구름 짙어진 중동… 이스라엘 총선 여당 승리

입력 2015-03-19 02:19

이스라엘의 강경보수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대(對)팔레스타인 정책이나 대미 관계에 있어 강경 노선이 지속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 파고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네타냐후는 특히 선거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약해 향후 양측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버락 오바마 정권과 대치해온 만큼 지금도 최악의 상황인 미·이스라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18일 오전 완료된 총선 개표 결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전체 120개 의석 중 단일 정당으로는 최다인 30석을 확보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는 총선 직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21∼23석을 얻을 것이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영국 BBC방송은 “비비(네타냐후의 애칭)가 깜짝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당초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중도좌파의 시오니스트연합은 24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어 3개의 중도파 그룹인 조인트 리스트(아랍계연합·14석), 예쉬 아튀드당(11석), 쿨라누당(10석) 등의 순이었다.

네타냐후는 승리 확정 뒤 “모든 예상을 깨고 우파가 대승을 거뒀다”면서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지체 없이 연정 구성에 착수하겠다”면서 “2∼3주 내로 연정이 구성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61석 이상을 확보해 연정 구성을 마치면 네 번째 집권을 하게 돼 이스라엘 최장 집권 총리가 된다. 2009년부터 6년째 집권 중인 네타냐후는 재집권 시 1990년대 중반 3년과 앞으로 4년의 임기를 더해 13년간 재임할 수 있다. 이는 역대 최장수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의 12년5개월 재임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시오니스트연합의 이삭 헤르조그 공동대표는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축하전화를 걸었다. 헤르조그는 네타냐후와 함께 연정을 구성하는 대신, 야당으로 남아 있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벌써부터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이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시오니스트연합이 경제 문제나 주택난 등 민생 이슈로 표심을 공략해 여론 조사에서 줄곧 1위를 했으나 네타냐후는 막판에 우파의 표심을 자극하는 안보 이슈를 전면에 내걸어 뒤집기에 성공했다. 때문에 재집권 시 안보 이슈를 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내세워 강경보수 정책들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팔레스타인이 수도로 간주하는 동예루살렘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지속하고, 서안 지역이나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건립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혀 향후 팔레스타인과 사사건건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스라엘이 협상이 아닌 인종차별과 점령, 정착촌을 선택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과의 관계도 문제다. 네타냐후의 ‘일방적인’ 미 의회 연설을 계기로 그와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적인 감정의 골이 깊이 파인 상태다. 무엇보다 이란 핵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 국무부 관리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네타냐후가 ‘나는 돌아온 왕’이라고 기고만장해 하며 공화당과 협력해 오바마 정권과 이란의 핵 협상 테이블을 뒤엎어 버리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