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부, 사드 배치·AIIB 가입 문제 어떻게… 사드 ‘전략적 모호성’ 한계 부딪혔다

입력 2015-03-19 02:35 수정 2015-03-19 09:31
한국이 세계 양강(G2)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모양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놓고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사드 문제는 미국 손을 들어주고, AIIB 가입 여부는 중국 편에 서는 식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가 너무 일찍 패를 내보여줬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우리 국익을 위해서라도 훨씬 더 지속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전날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주변국이 우리 국방안보 정책에 간섭해선 안 된다”고 천명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의 압박에 대한 회답이었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지나치게 강경하고 직접적이었다. 발언 자체가 ‘결국 사드의 주한미군기지 배치는 용인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사드와 관련해 ‘미국 측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 입장이다. 사드가 현안으로 등장한 이래 1년간 일관되게 유지해 온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공론화에 이어 한·중 외교 충돌이 벌어지면서 사실상 ‘전략적 모호성’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중국 측이 사드와 AIIB를 한꺼번에 제기한 것도 우리 정부로선 당혹스럽다. 두 문제가 분리된 사안이라는 원칙적 입장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사드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잘 해왔다고 평가한다”면서도 “군이 사드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며 공론화로까지 이어진 게 논란 촉발 원인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AIIB 가입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스탠스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18일 “AIIB 참여 문제를 공식적으로 회의 절차를 통해 논의한 바 없다”며 “AIIB 문제는 언론에 났지만 우리 정부로선 어떤 입장을 밝힌 바가 전혀 없고, 구체적이거나 집중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했다.

다만 한국의 AIIB 가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은 양호한 편이다. 미국은 AIIB 가입은 각 국가의 주권에 달린 문제라면서도 중국의 지배구조 문제를 꼬집으며 우방국들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영국 독일 등 서방국가가 잇따라 참여 의사를 밝히고 중국 스스로도 지배구조 개선의지를 보이면서 미국의 반대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사드와 AIIB를 놓고 한국이 각각 미국과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맞교환’ 방식으로 논의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교수는 “두 사안을 놓고 ‘바터(일대일교환)’ 거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둘은 분리된 사안이며 특히 사드는 양보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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