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춤을 출 거예요] 발레 향한 열망… 아이들의 모든 꿈에 박수를

입력 2015-03-20 02:16

주근깨투성이 소녀가 토슈즈 끈을 매고 있다. 단호하지만 행복한 표정의 소녀. 음악을 틀더니 춤을 추기 시작한다. 거실에서도, 집을 나가서도 빙그르르. 풀을 넘고 숲을 지나며 나비처럼 사뿐히. 강에 꽂힌 나무 막대 위에서도 아슬아슬. 춤추는 환경은 편하고 좋은 곳만은 아니었다. 춤추기는 빗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거센 바람 속에서도, 폭풍 속에서도 계속된다.

상황이 좋건 말건 소녀는 왜 끝없이 춤을 추는 걸까. 그러다보면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진짜 발레리나가 돼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 말이다.

소녀는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춤을 추는 거예요.” “춤이 좋으니까요.”

책에는 ‘춤을 출 거예요’라는 말이 12번이나 반복된다. 발레리나든 뭐든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는 힘겹고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자연스레 보여준다. 춤을 출 때 한결 같이 행복해 보이는 표정도 눈길을 끈다. 자신이 뭘 할 때 가장 행복한가를 아는 소녀인 것이다.

그림은 흑백의 목탄화다. 소녀의 눈빛과 동작에 더 집중하고자 주변 배경, 색의 혼재도 최소화했다. 화려한 콜라주 등 원색이 그림책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터라 흑백 그림은 오히려 주목성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는 잔소리 같은 얘기를 이렇게 뭉클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에서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편집자의 감각까지 보태져 감동은 배가된다.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 장면은 4쪽짜리 접지방식으로 그려졌다. 펼치면 1m에 가까운 길이가 돼 극적이다. 네 꿈을 크게 펼쳐보라는 응원의 메시지 같기도 하다.

작가는 말한다. “어느 날 춤을 추는 사람을 보았다. 왜 춤을 추는지 말은 안했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 꿈을 향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