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선임되는 등 여야 위원 20명이 확정됐다. 오는 8월 31일까지 활동 시한인 정개특위는 굵직하게 할 일들이 많다. 논의할 현안들이 국회의원 개개인이나 정당 의석수에 영향을 미칠 것들이어서 어느 정개특위보다 공명정대하게 운영해야 할 상황이다.
우선 헌재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선거구 획정 문제다. 이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외부 독립기구에 맡길 것인지, 특위에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자체적으로 확정할 것인지, 정개특위에서 심층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 ‘정치적 목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선거구 획정을 의원 자신들이 결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개편 대상(246개 선거구 중 62개) 지역구의 의원들을 배제시켰다지만, 잘못된 온정주의나 우리끼리 돕고 살자는 식의 배타적 동료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그런 사례가 많이 나왔었고, 외부 획정위원들조차 해당 의원들의 청탁과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의 불신이 한껏 높아진 상태인데 또다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 게리맨더링이 나타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게 뻔하다.
정개특위가 초점을 맞춰야 할 또 하나는 망국적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이다. 정치지도자를 포함해 의원들은 입으로는 늘 지역주의를 타파하자고 주장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까지 강조한다. 하지만 선거 때 표 계산과 각자의 이해관계, 그리고 인사 때문에 지역주의는 더 강고해졌다. 유권자 의식이 변해야 지역주의가 사라지겠지만 그런 수준까지 가기에는 너무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제도적 개선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권역별 비례대표·석패율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상충하는 제도들이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여야 의석수가 변하기 때문이다. 제도가 달라진다고 지역주의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진전은 있을 것이다. 상대 지역에서 전패하는 후진적 선거 행태는 대한민국 수준을 꼭 지금 상태에서 머무르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래서는 민주주의 요체인 견제와 감시 기능도 작동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을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한 선거구에서 색깔을 달리하는 의원들이 나와 서로 경쟁과 협력을 하는 정치가 이뤄진다면 지역 독식 체제도 완화시킬 수 있다. 이 위원장은 “향후 대한민국 100년의 정치 방향을 정하는 주춧돌을 놓는 중대한 임무를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허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정개특위 위원들도 개인적 이해관계, 진영의 유불리를 버려야 한다.
[사설] 정개특위, 당파·개인 이해 떠나 제도개선 논하라
입력 2015-03-19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