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두려움 걷어차라… ‘미친 놈’ 듣는 순간 당신은 부자

입력 2015-03-19 02:04
‘월억회’ 멤버들이 지난 10일 서울 강동구 한국영업인협회 사무실에 모여 포즈를 취했다. 서영희 기자



2008년 겨울 서울 오류동의 반지하방. 월세 35만원짜리 6평 공간에서 비명이 울렸다. 팔뚝만한 쥐가 나타났다. 놀란 어머니와 누나를 맹욱재(31)씨가 달래는 사이 쥐는 방을 헤집고 다녔다. 서러움이 밀려왔다. 형편이 나빠져 누나 집에 얹혀살던 맹씨는 당시 대학 3학년이었다. 소원은 단 하나, 돈을 많이 벌어 가족이 함께 살 아파트를 구하는 거였다.

무작정 지하철역 노점에 나섰다. 채소 다지는 기구를 공장에서 4500원에 가져다 1만원에 팔았다. 매대에 호박과 당근을 깔아놓고 직접 다져가며 “이제 다지기로 하세요” 소리쳤다.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피식 웃었고 동네 건달은 매대를 발로 차며 “자릿세 내라”고 윽박질렀다. 사흘 만에 ‘개시’를 했다. 한 아주머니가 “총각이 고생한다”며 5개를 샀다. 손에 쥔 5만원이 믿기지 않았다.

두 달간 노점을 하며 번 것은 ‘자신감’이었다. 돈은 별로 안 됐다. 평소 관심 있던 블로그 마케팅에 눈을 돌렸다. 취미로 하던 그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객이 3000명쯤 됐다. 여기에 광고 배너를 달고 컴퓨터 3대를 준비해 ‘영업’에 나섰다. 기업에서 의뢰받아 상품평 등을 쓰고 그 글이 포털 사이트에서 노출되는 빈도에 따라 돈이 들어오는 일이었다.

하루에 100만원이 입금된 날도 있을 만큼 제법 짭짤했는데, 하루 20시간 넘게 모니터만 쳐다봐야 했다. 검색 순위가 자꾸 내려가는 스트레스에 원형 탈모증도 생겼다. 몸도 마음도 지친 맹씨는 2011년 초 제주도로 훌쩍 떠났다. 쉬면서 구상한 새 장사 아이템은 치킨이었다. 6개월 만에 서울로 돌아와 구로구 가산동에 치킨집을 차렸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맡겼던 지인이 4000만원을 들고 잠적해버렸다. 손해 보고 시작한 일이라 무조건 성공해야 했다. 음식장사는 초짜였지만 맛으로 승부하자 했고, 두 달 내내 치킨만 먹으며 ‘까르보나라 치킨’ 조리법을 만들었다. 야심 차게 개업한 첫날, 손님은 3명에 그쳤다. 해법은 결국 발품이었다. 한 달간 인근 쇼핑몰에 출근하다시피 해 전단지를 돌리며 “오늘 오시면 50% 할인됩니다”를 외쳤다.

지금 맹씨네 치킨집은 하루 200명 넘게 찾는 맛집이 됐다. 제주도에 펜션을 하나 차렸고, 블로그 광고대행 일도 한다. 월 매출에서 비용을 뺀 순익이 1000만원을 넘는다. 경기도 광명에 아파트도 장만했다.

맹씨는 ‘월억회’란 모임의 회원이 됐다. 월 순익 1000만원이 넘는 ‘성공한 장사꾼’들이 알음알음 모인 곳이다. 월 순익 1억원을 목표로 한다 해서 월억회라고 이름 지었다. 수소문 끝에 지난 10일 맹씨와 황준석(39) 신태순(34) 노태경(31)씨 등 월억회원 4명을 만났다.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30대로 젊다. 그리고 지독한 가난을 겪었거나 무일푼으로 시작했다. ‘돈 버는 법’을 묻자 이들은 세 가지 열쇠를 꺼내들었다.

◇“일부러라도 삶의 밑바닥을 겪어보라”=노태경씨 아버지는 막노동을 했다. 대학 학비는 아르바이트로 겨우 충당했다. 회사원이 된 미래를 상상하니 30년은 지나야 겨우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0년 제대한 뒤 양말 노점에 나섰다. 지도를 펴놓고 하루를 4등분했다. 점심때는 직장인 왕래가 잦은 서울 역삼역에서, 주부들이 대형마트에 가는 오후 2시부터는 한티역에서 양말을 파는 식이었다. 2년간 악착 같이 일해 2억8000만원을 모았다.

2012년 겨울, 사기를 당했다. 빚 독촉 전화만 하루에 300통 넘게 쏟아졌다. 노씨는 피하지 않았다. 채권자를 찾아다니며 “실수한 젊은 놈 한번 봐 달라”고 사정했다. 그 열정에 누구는 빚을 탕감해줬고, 누구는 사업 파트너를 소개해줬다. 한 달에 1000명 넘게 만나기도 했다. 지금은 커피 유통업체, 온라인마케팅 업체 등 8개 회사를 운영한다.

노씨는 “밑바닥에 떨어져보니 더 잃을 게 없었고, 잃을 게 없으니 오히려 당당해졌고, 당당하게 사람을 만나니 나를 신뢰하더라. 현재에 안주하면 잠재력 발견할 기회를 놓친다. 지금 당장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보라”고 말했다.

◇“뻔한 장사도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린다”=부동산중개인이던 황준석씨는 4년 전 집을 나와 고시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 강남에 빌딩 사는 게 꿈이었는데, 매일 똑같은 일상에선 돈을 벌기 어려워 보였다. 스스로를 절박한 상황에 몰아넣어보자고 선택한 길이다.

고시원에 들어앉아 뭘 할까 고민하다 고객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부동산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책을 쓰기로 했다. 강남의 130여개 오피스텔을 돌아다니며 시세와 전세가, 층수와 주변 환경 등을 샅샅이 조사했다. 책이 나온 뒤 같은 방식으로 강남의 빌라도 소개했다.

입소문을 타고 수백명이 그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확보한 인맥과 정보로 지금 부동산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황씨는 “보통 부동산중개인은 고객에게 ‘이 매물이 역세권이라 좋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는데, 한발 더 나아가 그 사람에게 맞는 매물이 뭔지 연구하면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며 “남이 다 아는 뻔한 사업도 조금 비틀고, 조금 더 발품을 팔면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손님이 찾아오게 만들라”=신태순씨는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는데 행정고시에 낙방하며 첫 실패를 맛봤다. 방황하다 2009년 졸업과 동시에 보험 영업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했다. 무작정 보험을 팔러 다니다 숱하게 쫓겨났다. 그러다보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신씨는 법인설립투자 컨설턴트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매주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일을 한다. ‘성적을 올려주지 않는 수학학원’이 좋은 예다. 경쟁 없이 정말 수학 자체에 관심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인데, 실제로 성업 중이다.

신씨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팔고, 고객의 법인 설립까지 도와준다. 그는 “상대방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알면 그에 맞춘 사업 계획을 제공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면 1주일에 4시간만 일해도 월 10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말한 세 가지 외에 좀 더 획기적인 ‘돈 버는 법’은 없을까. 네 사람은 모두 “그런 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신 두려움을 버리라고 했다. “돈을 벌려면 편하고 안정된 삶을 버려야 해요. ‘미친놈’ 소리를 한 번은 들어야 부자가 됩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