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었다. 한 외신은 최근 북한 당국이 키가 작은 왜소증 환자들을 격리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기준은 120㎝. 이들은 양강도 김형직군의 외딴 농촌마을로 강제 이주됐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신체적 결함은 조상이나 개인의 죄’라는 명분을 붙였다고 한다. 열등한 유전자이기에 생식을 못하도록 거세까지 하고 있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해 ‘말살’ 대신 ‘이주’를 선택했다는 조금은 다행스러운 문구도 담겨 있었다.
10여년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다. 백두산 밑 삼지연 공항 인근에서 만난 소년의 키는 140㎝ 전후였다.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에 다니겠거니 생각했지만, 소년은 고등중학교(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왜소증의 원인은 내분비계의 기능장애 외에도 영양 장애, 대사 장애 등 식량 문제와도 무관치 않다. 김일성 주석 때부터 지금까지 최정예 특수부대로 군림하고 있는 11군단 일명 ‘폭풍부대’에서마저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배급이 잘돼 굶어 죽은 사람이 없었다는 ‘특혜 부대’다. 이제는 배급이 아니라 도둑질만이 생명 연장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해진다.
北의 식량사정 악화에도 해외원조는 감소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식량 뉴스는 사실 구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을 식량부족 국가로 지정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이 올해 영양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담아서다. 만성적인 식량부족 국가다.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1800만명의 북한 주민이 적절한 영양섭취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5세 이하 아동 28%가 만성 영양실조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세계 굶주림 지수(Global Hunger Index)에서 북한은 ‘아시아 1위’였다.
각국에선 북한에 대한 원조를 갈수록 줄이고 있다. 유엔이 올해 인도주의 대북지원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은 1억1100만 달러(약 1200억원). 2011년 2억1900만 달러 이후 매년 감소세다. 미국 정부는 4년째 대북 지원을 중단했다.
우리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간단체들의 대북 식량 및 비료 지원사업마저 가로막고 있다. 대북 5·24조치가 해제되지 않았다는 한결같은 이유에서다. 박근혜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은 이명박정부 때보다 후퇴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액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에는 118억원이었으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2월 이후 같은 해 12월까지는 68억원에 불과했다. 반토막 이 난 셈이다.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이처럼 한결(?)같으니 남북교류사업을 주관하는 통일부는 개점휴업 상태다. 존재감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계자가 “솔직히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고 말할 정도다.
南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확대해 나가야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비롯해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 말은 말로서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정부가 격변사태는 물론이고 다양한 통일 형태에 대해 ‘스터디’를 해야 하는 것은 맞는다. 그러나 남북교류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사업은 언제나 계속돼야 한다. 5·24조치라는 원칙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유연성 있는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매(강경파)나 비둘기(유화파)가 아닌 올빼미가 되겠다”고 한 점에 주목한다. 지금 당장은 흡수통일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키가 작아 격리 조치된 북녘 동포들의 먹거리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김영석 정치부장 yskim@kmib.co.kr
[데스크시각-김영석] 키 작은 게 무슨 죄라고
입력 2015-03-19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