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사드 지난해 결단했어야… 눈치 보다 문제만 키웠다”

입력 2015-03-20 02:38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16일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새누리당은 너무 모범생”이라며 “나부터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나경원(52)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논란을 “가난한 양반 ‘씨나락’ 주무르듯 한다”는 표현을 빌려 비판했다. 일에 갈피를 못 잡고 우물쭈물하다가 결말을 짓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 16일 외통위원장실에서 만난 나 위원장은 “사드는 지난해에 결단했어야 됐는데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문제만 키웠다”며 “전략적 모호함이 아니라 비전략적 무지에 가깝다”라고까지 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준비팀’ 발언에 대해 “정 부위원장이 부인했지만 워딩을 보면 없다고 보긴 어렵다”며 “통준위는 옥상옥 조직이며 통일부가 제대로 자리매김을 해야 통일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거침이 없었다. 직설적 화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단 있게 표현했다. 첫 여성 외통위원장이 아닌 차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사드가 필요한가.

“지금까지 제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사드라는 무기 체계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로선 필요성이 아직 명확하게 부각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간에 이견이 있어 보인다.

“자꾸 만지다보니까 더 문제가 커지는 것 같다. 사드라는 무기 체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고, 서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이 무기 체계가 진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판단해도 된다. 정말 미국이 북핵과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한반도에 배치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을 넘보기 위한 것인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다. 국민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 그 다음에 우리 입장을 정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이 서로 먼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 배치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중국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책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당내 분위기는.

“많은 의원들이 사드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다. 정보가 부족하고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사드라는 무기 체계에 대한 정보부터 서로 공유하는 게 먼저다. 그런 차원에서 공론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총에서 도입 여부에 대해 결정하기보다 정보를 공유하는 게 우선이다.”

-통준위와 통일부 위상 정립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통준위와 통일부의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지 않다. 통일 정책은 통일부가 주도적으로 장단기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동안의 통일부를 지켜보면 사실상 위상이 굉장히 약화되어 있다. 지난 통일부 장관도 퇴임하면서 ‘장관 자리에 아무나 와도 되는 것 같다’고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국가 안보 라인과 남북 관계, 주요국과의 외교 관계에 있어서 통일부가 많이 소외되어 있다. 통일부 위상이 제대로 자리매김 돼야지 통일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

-5·24조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해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많은 얘기들이 있는데 지난해 국감 때 ‘껍데기만 남았는데 해제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일종의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사실상 5·24조치를 해제하지 않고는 원활하게 가기 어려운 구상들이 상당수다. 5·24조치 해제 문제의 경우 원칙은 지키되 유연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일도양단 식으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남북 관계에 있어선 다양한 방향과 채널로 교류를 해야 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갑자기 통일을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또 당장의 통일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남과 북이 섞여야 통일의 당위성도 인정되는 것이다. 또 통일을 위해선 서로 통합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5·24조치의 경우 원칙은 지키되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 단체들이 천안함 5주기에 맞춰 대북전단 50만장을 뿌린다고 발표했는데.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았지만 외통위에서 결의안을 만든 바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이 될 경우엔 정부가 나서서 제한해 달라는 취지다.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 표현의 자유 문제도 있고 대북 전단이 사실은 대북심리전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대북전단과 대북방송 등 이런 것이다. 다만 대북전단이 사실상의 목적과 달리 이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일종의 국내적 퍼포먼스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조치를 해야 된다고 본다.”

-북한인권법도 대북전단 문제가 걸려있는데.

“대북전단 자체보다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지원해주느냐 아니냐는 부분이 걸려있다. 민간단체 지원문제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곳에 지원해주면 된다고 본다.”

-엉뚱하긴 한데 대북 특사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이희호 여사가 조만간 방북하는데.

“어떠한 형태로든 교류하는 것에 대해선 대찬성이다. 특사문제도 그렇다. 실질적으로 성과물을 낼 수 있느냐를 따지기 전에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필요하다.”

-박근혜정부가 외교 정책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보는가.

“그동안 균형을 잘 잡아오긴 했는데 이제는 성과물을 내야 될 때다.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예민한 이슈들을 미뤄만 놨었는데 이제는 결단할 때다. 지금까진 전략적으로 소극적인 외교를 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적극적인 외교 정책으로 가야 된다.”

-정치인으로서 3선 의원이다. 4선이 되면 이후 도전할 곳은.

“일단 현재의 지역구에서 4선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뿐이다. 이후에는 나 개인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많으니까 그런 부분을 풀어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새누리당이 꼭 바꿔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역동적으로 가야 될 것 같다. 지금의 새누리당 모습은 너무 일렬로 줄 서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은 모범생 그 자체다. 줄도 좀 삐뚤게 서보고 줄 안 서는 사람도 좀 있고 그래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역동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특히 다양한 목소리로 좀 치고 받고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위원장이 너무 모범생인데.

“계속 당직을 맡아서 그런 측면이 있다. 당직을 맡지 않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막 하잖아. 사드 문제도 그렇고. 외통위원장으로선 좀 조심스럽긴 한데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을 하게 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영석 정치부장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