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으로 시작… 文, 작심 비판에 냉랭 朴, 고개 숙이고 메모… 조목조목 반박

입력 2015-03-18 03:45 수정 2015-03-18 10:06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17일 청와대 회동은 시작부터 살얼음판 분위기였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2012년 대선 이후 2년3개월여 만에 첫 공식 회동을 했지만 덕담을 길게 주고받을 여유는 없었다. 회동은 오후 3시5분에 시작해서 오후 4시48분까지 1시간43분 동안 진행됐다. 대선 TV토론 당시처럼 긴장감 속에 일진일퇴 공방이 오갔다.

박 대통령은 회동 장소에 먼저 입장했다. 곧이어 문 대표와 김 대표가 등장하자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했다.

자리에 앉은 문 대표가 “오랜만에 뵙는다”면서 “순방 뒤라 피곤하실 텐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아직 시차 때문에 그런데, 열심히 행사를 다니면서 극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게 정말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에게 “취임하신 후 정식으로 뵙는 게 처음이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문 대표는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면서 경제정책에 대해 작심 비판을 했고, 회담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또 지난해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참된 권력은 섬김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오늘 회담이 국민을 섬기는 정치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뼈 있는 마무리 발언을 했다.

문 대표의 얼굴을 쳐다보며 발언을 듣던 박 대통령은 실패, 파기 등 단어가 나오자 고개를 숙이고 메모를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이어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고 2년, 3년 매달리고 하는데 국민을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가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통일대박도 이뤄진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 만나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문 대표는 “일부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고 또 많은 부분은 의견이 달랐다”며 “박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대통령께서도 제 이야기를 경청해주셨다. 그것이 오늘의 성과”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회동 후 발표한 브리핑의 성격에 대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했으니 합의문이 아니라 회담 주요 논점 정리”라고 밝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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