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이 이번 시즌 몇 분의 출전 시간을 받았습니까?”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라이언 킹’ 이동국(36·전북 현대)이 왜 명단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맞받아쳤다. 아무리 이름값이 높아도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지 못하면 발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지난 시즌 말 다리를 다친 이동국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또 다리를 다쳐 소속팀의 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7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우즈베키스탄(27일)과 뉴질랜드(31일) 평가전에 나설 23명을 발표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K리그 대표 공격수들은 외면당했다. 반면 소속팀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해외파들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예들은 부름을 받았다.
◇높아진 대표팀 문턱=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은 특별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대표팀은 선택받은 자들만 들어오는 곳이며, 문턱이 낮아져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상 여파로 아직 완벽한 몸 상태를 갖추지 못한 김신욱(27·울산 현대)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기명단으로 밀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에 대해 “교체로만 출장했다는 것은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기명단에 올린 것은 지속적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 2015 호주아시안컵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을 대부분 다시 불렀다. 새로 발탁된 선수는 모두 6명이다. 김기희(26·전북 현대), 윤석영(25·퀸스파크레인저스), 김은선(27·수원 삼성), 이재성(23·전북 현대),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과 김보경(26·위건)이 이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잊혀져 가던 김보경, 지동원의 발탁 이유로 “최근 3개월 동안 소속팀 내의 입지가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김보경은 위건에선 주전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부상으로 (도르트문트에서) 출장 기회 못 얻은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뒤 7경기 중 6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이번에 소집해 기량을 확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동원과 김보경이 슈틸리케호에 합류한 것은 처음이다. 둘이 태극마크를 달았던 것은 2014 브라질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제2의 이정협은 누구=기대를 모았던 새 얼굴로는 지난해 말 제주 전훈에 뽑혔던 이재성이 우선 눈길을 끈다. 지난 시즌 K리그에 데뷔한 이재성은 26경기에 나서 4골 3도움의 활약으로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 3일 치른 상하이 선화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선 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핵심 공격수로 제 몫을 다했다. 수원 삼성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도 제주 전훈에 이어 두 번째로 발탁되는 행운을 안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은선, 이재성은 그동안 유심히 지켜봐 왔다. 제주 전훈과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좋은 모습 보여 발탁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 얼굴 발굴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코칭스태프가 지난 2주 동안 K리그 경기를 최대한 많이 봤지만 특출한 선수는 없었다”며 “최근 1∼2경기를 잘한 선수들이 7경기, 8경기, 9경기까지 계속 잘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뉴질랜드전에 차두리(35·FC서울)를 선발로 출전시켜 전반전이 끝나기 2∼3분 전 교체한 뒤 하프타임 때 은퇴식을 치르게 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높아진 ‘슈 문턱’… 이동국 걸리고 지동원·김보경 넘고
입력 2015-03-18 03:03 수정 2015-03-18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