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민연금 운용실태 특정감사에서 국민연금 기금의 2051년 고갈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현실적 가정’이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공식적인 고갈시점은 2060년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보다 1∼6년 앞당겨지리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기금 고갈시점 예측이 이렇게 다른 것은 왜일까.
◇국민연금 기금 언제 바닥나나=정부는 2013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를 꾸려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했다. 이때 나온 게 ‘2060년 기금 고갈’ 전망이다. 금리 변동, 임금인상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출산율, 인구성장률, 여성경제참여율 등 수많은 변수의 추이를 반영한 전망치였다. 올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2013∼2060년 장기재정전망’에도 고갈 시점은 2060년으로 담길 예정이다.
그런데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특정감사 보고서에는 국민연금 기금수익률이 ‘기본가정’보다 2% 포인트 떨어지면 기금고갈 시점은 2051년으로 앞당겨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재정추계위원회가 기본가정으로 삼은 2015∼2060년 기금수익률은 4.7∼7.3%인데 이보다 떨어지면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이 타격을 입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복지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기금수익률이 국민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 극단적인 가정을 한 것”이라며 “기금수익률이 기본가정보다 2% 포인트씩 떨어지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감사원 보고서는 기금수익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조건과 변수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 복지부 김혜진 국민연금정책과장은 “기금수익률은 경제성장률, 금리 변동, 임금인상률, GDP 성장률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금수익률이 떨어지면 다른 변수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국민연금 기금 고갈시점은 변수를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여지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국민연금 적정부담 수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출산율과 평균수명을 주요 변수로 삼았다. 평균수명이 빠른 속도로 길어지고 출산율이 정체되면 기금고갈 시점이 2056∼2058년으로 앞당겨지리란 전망을 내놓았다. 2060년까지는 45년 남았다. 45년 뒤의 일이어서 전망은 앞으로 계속 수정되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장기재정추계를 한다. 4차 재정추계위원회가 2018년 구성돼 5년간 달라진 변수를 감안한 새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국민연금 기금 바닥나면 어떻게 되나=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국민연금과 관련한 모든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액을 올려야 한다는 논의는 “그랬다간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우려에 번번이 막혀 왔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나도 국민연금제도가 존폐 위협을 받는 건 아니다. 정부는 전망대로 2060년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 운영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부분적립방식’으로 운영된다. 가입자들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면 일부는 연금으로 지급하고 일부는 기금으로 운용해 수익을 낸다. 기금이 바닥나면 매년 연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큼 보험료를 걷는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다만 이 경우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국민연금이 현 세대의 노후보장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용돈연금’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 보험료 인상 부담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한 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가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수급자의 노후 보장보다 재정 안정성 유지에 급급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수급자의 연금소득 보장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부터 국민연금 수급자는 이달보다 1.3% 오른 연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전국소비자물가 변동률(1.3%)을 반영한 금액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은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년도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따라 매년 인상된다. 지난해도 1.3% 올랐다. 올해는 415만명이 총 16조원의 국민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20년 이상 가입자의 월 평균 연금 수급액은 87만원이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2051년? 2060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 논란
입력 2015-03-18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