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이혼 50代 외톨이 ‘묻지마 살인’… 中 동포에 흉기 휘둘러 2명 숨지고 1명 중상

입력 2015-03-18 02:52
17일 경남 진주시 강남동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전모씨가 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를 잃고 부인과 이혼한 ‘외톨이’ 50대가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러 중국 동포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범인은 자신의 불행을 불특정 다수 탓으로 돌리다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6시30분 경남 진주시 강남동 한 인력공사 사무실에서 전모(55)씨가 뚜렷한 이유 없이 양모(63)와 김모(55)씨, 중국 동포 윤모(57)씨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윤씨와 양씨는 전씨가 휘두른 흉기에 등과 목, 가슴 등을 수차례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김씨는 어깨부위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옷에 피를 묻힌 채 범행 현장에서 300여m를 달아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전씨는 이날 인력공사 사무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김씨에게 다가가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어 사무실 소파에 앉아 노동일을 기다리던 윤씨와 양씨를 마구 찔러 숨지게 했다.

전씨는 경찰조사에서 “한국 여자 다 잡아가는 흑사회 깡패를 죽여야 한다” “나는 눈빛만 봐도 그들이 저지른 죄를 다 안다”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계자는 “전씨의 진술이 워낙 오락가락해 현재로선 제대로 조사를 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전씨와 평소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거나 친한 사이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경기도 수원에서 택시운전 등을 했으며 2년여 전 부인과 이혼한 뒤 1년여 전에 진주의 한 모텔에서 살면서 막노동을 하며 생활해 왔다.

경찰은 4개월 전부터 인력사무소에 나오던 전씨가 중국 동포에게 불만을 품고 범행 전날 인근 재래시장에서 흉기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전씨가 일자리 배정과 관련해 중국 동포들에게 불만을 품고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가 술에 취했거나 마약류를 복용하지는 않았고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는지를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진주=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