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온 월드디아스포라포럼 오상철 국제대표가 '제1회 한국교회 희망토크쇼'에 건강하게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을 초청했다. 이 토크쇼는 한국교회의 선한 사역들을 소개하고 지역교회 목회자들과 한자리에서 마음을 터놓고 토론하는 교계 행사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 경기도 성남 한신교회 이윤재 목사, 성남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토크쇼 첫 주자로 나섰다.
< 토크쇼 참석자 >
정성진 목사 (거룩한빛광성교회, 해피월드 이사장)
이윤재 목사 (한신교회, 미래목회포럼 대표)
김병삼 목사 (만나교회, 월드휴먼브리지 대표)
<사회: 오상철 월드디아스포라포럼 국제대표, 연세대 글로벌신학대학원 교수>
△오상철 국제대표=여러분 희망 있으세요. 한국사회나 한국교회를 바라볼 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상당히 궁금하군요. 지금까지 한국교회 흐름을 볼 때 암울한 것이 사실입니다. 목사님들은 어떻습니까.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습니까.
△정성진 목사=봄이 오면 새싹이 나옵니다. 한국교회에 빙하기가 왔다고 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교회가 했던 일들을 알리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은 예수님 말씀을 따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주님의 몸입니다. 따라서 교회가 하는 좋은 일들을 세상이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는 좀 알렸으면 합니다.
△이윤재 목사=올해는 한국 기독교 선교 130주년입니다. 분단 70년인 해이기도 하고요. 희망의 근거는 ‘십자가 신앙’입니다. 십자가 사건을 통해 희망이 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망할 권리가 없습니다. 믿는 사람들이 절망한다면 그것은 믿음이 없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김병삼 목사=한국교회의 암흑 절망….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 기독교 역사를 보면 늘 상승과 하강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종교개혁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끝까지 가면 하나님께서 다시 일으키십니다. 교회의 힘은 핍박받을 때 나옵니다. 희망이라는 말 자체가 오히려 절망 가운데 희망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조금 더 한국교회가 어려워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교회가 처한 상황을 절망과 어두움으로만 보지 말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다시 쓰실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요.
△오 국제대표=목사님들 교회는 지역주민들을 잘 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몇 군데 기독교 기관을 방문했는데 20년간 연탄 나눔 봉사를 하면서 한번도 언론에 나오지 않은 단체도 있더군요. 기독교의 영향력이 큰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김 목사=만나교회 목회를 시작하면서 ‘과연 믿지 않는 이들이 믿는 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두고 지역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조사결과 1위가 ‘선행’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지역주민들을 도왔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회의 이미지를 바꾸어보자는 생각으로 목회를 해왔습니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어 마음의 문을 열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제는 교회가 하는 일들을 드러내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정 목사=기독교를 빼고 근대사를 기록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의료 교육 인권 등에서 기독교가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우리가 이런 자부심을 갖고 사회에도 이를 알렸으면 합니다.
△김 목사=교회사를 공부하다 한국교회의 부흥기가 1970∼80년대였고 당시 주역들이 50∼60년대 교회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기독교는 굉장히 작았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가진 이미지만큼은 좋았습니다. 어릴 적 친구 어머니들께서 “나는 교회를 안 다니지만 너희는 교회를 다녀라. 병삼이와 친하게 지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반듯한 내가 교회를 다녔기 때문입니다(웃음). 지금 한국교회를 향해 절망적이라고 하는 것은 알고 보면 교회 이미지가 그렇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오 국제대표=토크쇼가 한국교회를 위한 토론 열기로 후끈해졌는데요. 어떻습니까. 한국교회가 그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빛을 쐈는데 좀 더 빛을 쏴야겠지요.
△이 목사=어릴 때 할아버지를 통해 교회와 민족이 하나 되는 걸 보았고, 그것이 내가 목회자가 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시대의 교회는 민족과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교회를 어떻게 회복하느냐, 이게 희망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요.
△정 목사=기독교 정신이 지금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봉사나 복지 부문에 대한 기독교의 공헌은 여전히 큽니다. 그럼에도 기독교가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김 목사=개인적으로 사회봉사는 선교의 도구가 아니라 신앙의 모습이자 기독교인들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인들에게 “전도 전도 말만 하지 말고 전도활동으로 부흥해 보자”고 말합니다. 즉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좀 위험한 말이긴 합니다만, 교회 카페에서 찬송을 틀지 않고 십자가를 보이게 하지 않는 등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교회 안에 흡연실도 만들었고요. 일종의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회의 기존 이미지가 오늘날 선교에 있어 장애물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선교를 위해 교회의 벽을 허물어야만 했습니다.
△오 국제대표=한국교회에서 요즘 전도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정 목사=우리 교회는 2010년부터 전도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주변의 작은 교회들을 위해 전도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현재 70개 ‘형제교회’에 4명으로 구성된 전도팀을 파송하고 전도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 목사=하늘나라라는 관점에서 전도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들이 저마다 자신들을 선전할 수는 있지만 그게 과연 하늘나라의 관점에서 세상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도 고민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전도가 과연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인지를 말입니다.
△오 국제대표=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사회적 책임이 더 강조돼야 하겠죠. 기독교인으로서 자부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목사=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봉사를 언급하기에 앞서 보다 근원적인 것을 강조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십자가 정신’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에서 가장 강했지만 약해졌고, 가장 지혜로웠지만 어리석어진 예수님의 모습을 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교회가 성장하면서 그런 모습을 잃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게 된 것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뿌리가 되는 신앙과 복음, 영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단순 프로그램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 목사=과거 모든 교회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작았습니다. 그런데 부흥의 시대를 지나면서 목회 형태가 점점 ‘관리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스스로 울타리를 쌓아 세상을 잃은 것입니다. 신학교도 야성을 가진 목회자가 아니라 관리형 목회자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담을 허물고 세상을 향해 다시 나아가야 합니다.
△김 목사=교회가 희망을 잃기 시작한 것은 힘을 자랑하면서부터입니다. 그렇기에 힘을 잃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큰 힘으로 큰일을 하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이제 교회가 권력과 힘, 정치 등에서 자유로웠으면 합니다. 그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쓰실 것입니다.
한편 월드디아스포라포럼은 오는 8월 31일까지 청소년, 노인, 여성차별, 교회의 사회적 이미지 등 한국교회의 제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통계조사를 진행한다.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온라인 5000명, 오프라인 1000명 등 총 6000명을 설문조사한다. 통계조사 결과는 11월 30일 오전 10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오 국제대표는 “전국 규모의 통계조사를 통해 한국교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한국교회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제1회 한국교회 희망 토크쇼] “사회봉사 기독교 공헌 커… 다시 존경 받는 교회 만들자”
입력 2015-03-19 02:06 수정 2015-03-19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