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동쪽 토튼 빙하도 ‘빨간불’… 매년 시드니항 100배 규모 녹아

입력 2015-03-18 02:45

남극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서남극의 아문센해 인근 빙하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 데 이어 남극 동쪽의 빙하도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최근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남극 동쪽의 토튼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토튼 빙하는 크기만 144㎞×35㎞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빙하다.

연구팀은 중력 측정, 레이더 및 레이저 고도 측정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결과 빙하의 밑에 있는 해수의 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의 마틴 지거트 연구원은 “서남극에 작용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따뜻한 바닷물이 동남극의 얼음을 녹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따뜻한 해수가 아래에서 위로 상승해 빙붕(바다로 접한 대륙 빙하의 가장자리)의 하부를 녹이고 있어 남극 서부에서 빙붕이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논문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바 있다.

호주 연구팀은 “토튼 빙하에서 매년 시드니항의 100배 정도 크기의 얼음덩이가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현재와 같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해수면이 3.3m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한 텍사스오스틴 대학의 제이민 그린바움 연구원은 “이것도 최저치”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산하 제트추진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공동 연구진은 1992년부터 2013년까지 21년간 사라진 빙하의 양을 측정한 결과 2년마다 1개꼴로 에베레스트산(해발 8848m)만한 남극의 빙하가 녹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서남극의 아문센해 빙하가 녹는 속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이대로 계속 갈 경우 지구의 해수면이 3m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국제연구팀의 토튼 빙하에 대한 발표는 이와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에 남극의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우려는 더 심각하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