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 중인 북유럽 발트해 인근 북해함대에 비상 경계령을 발동했다. 북해함대가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하면서 북대서양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은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이날 북극해와 바렌츠해, 노르웨이해 등 발트해 인근의 러시아 북서부 해역을 방어하는 북해함대에 전면 경계태세에 돌입하고 불시 전투태세 준비훈련을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는 북해함대 훈련에 병력 3만8000명과 군사장비 3300여대, 함정 41척, 잠수함 15척, 전투기 등 항공기 110대가 동원된다고 밝혔다. 소해함정들은 바렌츠해로 이동해 북해함대의 핵잠수함을 지원하는 훈련도 진행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번 훈련에 대해 “군사 안보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위협이 군사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최근 북쪽 지역에서 새로 결성된 전략적 합병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트해에서 실시되고 있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의 합동 군사훈련이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등은 발트해 지역에서 지난 9일부터 3개월간 병력 3000명가량을 동원하는 ‘애틀랜틱 리졸브’ 합동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폴란드 바르샤바 방공 미사일 연대는 이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이달 말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훈련을 할 계획이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과 크림 병합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발트해 인근에서 나토와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군사훈련을 벌이는 현재 상황에 대해 양측이 과거 냉전 시대와 같은 대치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번 군사훈련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냉전 이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급냉각된 이후 최대의 군사력 과시”라면서 군사훈련이 서방의 맹비난을 받고 있는 크림반도 병합 기념행사와 같은 기간에 실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과 독일 등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 1주년을 맞아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며 민스크 휴전 협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군사력을 동원해 크림을 무단 점령해 우크라이나의 영토주권을 침해했다”면서 “러시아의 크림 점령이 계속되는 한 제재는 이어질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푸틴의 위력 과시… 북해함대 기습 기동훈련
입력 2015-03-18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