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사드 갈등-결사반대 중국] 사드 ‘방어용’에 의구심… 中 미사일 무력화 우려

입력 2015-03-18 02:35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 계획에 대해 점차 수위를 높여가며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바도 없다”는 ‘3NO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것은 그만큼 중국이 이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이 처음 사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해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기자회견에서다. 류 부부장은 지난해 7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이 동맹이기는 하지만 제 생각으로 한국은 미국이 요구한 문제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지만 날은 서 있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지난달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달 5일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훙 대변인은 “우리는 관련국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양자관계의 대국적인 측면에서 관련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며 “어떤 국가라도 자신의 안보를 추구할 때 반드시 다른 나라의 안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도 서울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에 대한 우려를 직접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중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의 반대 논리는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 목적이라는 사드가 방어용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드 시스템의 적용 범위가 2000㎞ 남짓으로 서울∼베이징의 거리가 1000㎞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 배치될 경우 중국까지 영향권 안에 들어오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중국 동쪽 연안에 집중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탄도미사일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은 17일 펑파이신문에 “사드는 방어용 무기이자 공격용 무기”라고 말했다. 이어 “사드는 중국의 국토안전방어 배치의 유효성과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중국이 이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일본까지 염두에 두고 백두산 일대에 배치됐다고 보도된 둥펑-21D 등 대함(對艦) 탄도미사일과 쥐랑-2 등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사드 시스템 내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지상배치 레이더(AN/TPY-2)를 통해 중국군의 동향이 쉽게 파악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장기적으로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등을 놓고 미국·일본과 중국이 전쟁 상황을 연출할 경우 중국의 전략무기들이 사드를 통해 무력화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장기적 안보 전략과도 연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을 향해 다양한 압력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국 목표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환구시보는 최근 보도에서 “우리는 이 지역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은 지역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불리하며 미국이 충분히 이 지역 관련 국가의 합리적 관심을 충분히 고려하기를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자들도 사드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더 가속화하면서 지역 안정을 해칠 것이란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언론들은 러시아 분석가들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러시아도 중국과 마찬가지 우려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을 향해서는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놓고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리카이성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 부연구원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도 응당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 연구원은 특히 “한국이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며 미국의 요구에 복종한다면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의 최저선(마지노선)을 손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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