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이 17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전국 1만119개 투표소에서 치러졌다. 강경보수파인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66)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지에서는 중도좌파 정당인 시오니스트연합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리쿠드당과의 의석 차이가 미미할 것으로 보여 어느 쪽이 더 많은 연정 세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워낙 접전을 벌인 만큼 우파와 좌파가 함께 정부를 구성하는 ‘30년 만의 대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총선에는 이스라엘 유권자 588만여명이 참여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원 120명을 뽑게 된다. 의원 61명 이상을 확보하는 쪽이 집권하게 된다. 이스라엘은 개별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해 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나눈다.
이스라엘 여론조사 기관 미드검에 따르면 집권당인 리쿠드당은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22석을 확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시오니스트연합이 26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중도파인 아랍계 연합과 예쉬 아튀드당이 각각 1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스라엘에는 모두 11개 그룹의 정파가 있어 어느 쪽이든 소수 정파와의 합종연횡을 통해 연정을 꾸려야 한다. 시오니스트연합은 이삭 헤르조그(55)가 이끄는 노동당과 치피 리브니(57·여) 전 법무장관이 수장인 하트누아당으로 꾸려진 야권 연합이다.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통상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대표가 차기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시오니스트연합의 헤르조그(55) 공동대표가 연정을 꾸릴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시오니스트연합과 기타 좌파 그룹의 예상 의석수는 43석이다. 여기에 중도파인 아랍계 연합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예상 의석수를 합할 경우 54석을 확보할 수 있게 돼 7석만 더 확보하면 정권을 잡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네타냐후가 연정을 꾸리는 데 더 수완이 있어 설사 총선에서 2위를 해도 연정 구성 과정에서 역전해 재집권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도 많다. 우파의 예상의석수를 합하면 51석인데, 역시 중도파에서 10석을 더 확보하면 연정 구성에 성공하게 된다. 다급해진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승리하게 되면 팔레스타인의 자체 국가 건설을 허용하지 않겠다”면서 우파 표심을 파고드는 데 안간힘을 썼다. 이는 2009년 그 자신이 팔레스타인의 비무장화가 확보될 경우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발표한 ‘바르 일란 연설’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다.
일각에선 좌우파 간 대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헤르조그는 과거 ‘꼴통보수’인 네타냐후가 총리일 때도 장관직을 맡을 정도로 실용주의 좌파이고, 네타냐후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의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헤르조그와 손을 잡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헤르조그가 연정 때문에 소수파 정당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스라엘에서는 안보위기 상황인 1967년 ‘6일전쟁’ 때와 1984년 경제위기 때 두 차례 대연정이 실시된 적이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오늘 이스라엘 총선 결과 발표] 갈림길 선 강경보수 네타냐후의 대외정책
입력 2015-03-18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