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해 왔던 국방부가 1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은 정부 차원에서 사드 문제를 일단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간 정부는 사드 문제에 관해 ‘미국의 요청이 없었고 이 때문에 협의도 없었으며 따라서 결정된 것도 없다’는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입장을 보였다. 이 사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형편이어서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미·중 양국 고위 외교 관리들이 방한해 이 사안을 놓고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는 형국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고집하는 것은 양측 모두로부터 불신을 받을 위험성이 높다. 국내적으로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드 배치의 공론화를 들고 나오는 등 이 사안에 대해 더 이상 모호한 자세로 혼선을 빚어서는 득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은 이 사안에 대해 군사적인 면에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어서다. 청와대와의 조율은 분명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라고 명백하게 밝힌 상황에서 정부 부처인 국방부가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모든 국정 현안이 그렇지만 외교안보 사안은 청와대와 정부 모두 ‘원 보이스’(같은 목소리)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따라서 국방부 대변인 발언은 사드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청와대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의 본질적인 성격은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있다. 따라서 그 위협이 해소돼야 한다”며 “국방부 임무는 국민의 생명 보호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가 외교적인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국방부는 그간 사드구매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000기 이상의 미사일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큼 다가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현재 군이 구축하고 있는 방안으로는 제한이 많아서다. 사드가 배치된다면 주한미군 기지 방어용이 주 역할이 되겠지만 남한을 공격하는 북한 미사일을 막는 역할도 할 것이어서 군사적인 면에서 보자면 손해볼 일은 아니다. 이미 미군은 사드 배치 지역까지 물색해 놓은 상태다.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다음 수순은 미국 측의 요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3월 말로 예정된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의 한국 방문 시 이 사안이 논의될 수도 있다. 뎀프시 의장의 방한은 퇴임을 앞둔 고별인사 방문 성격이지만 양국 군사 현안을 다룰 수도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우려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우려하는 고성능 레이더의 사거리를 조정하거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저히 줄어들 경우 철수한다는 약속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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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8 02:17 수정 2015-03-18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