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입은 국정원 스스로를 망치고 국가안보를 흔들리게 한다. 안보를 약화시키는 것은 역사적 범죄다.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하겠다. 나는 결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소신이다. 그의 소신은 지극히 옳다. 문제는 실천이다.
“정치사찰 하지 않겠다. 정치 관여라든지 종래와 같은 비난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나는 옳은 일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자세로 살아 왔다.”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후보자로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정치 댓글 작업을 지시함으로써 2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명백한 정치 개입이었다. 그러고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국정원 고유의 기능과 특성은 물론이고 활동을 뒷받침하는 국정원법이나 조직·예산 운용 측면에서 봤을 때 국정원장의 지시나 명령은 조직 내에서 거역할 수 없는 지상 명령이다. 안보나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됐지만 댓글 사건 같은 부당한 지시라도 직원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국정원장의 소신과 실천이 조직에 끼치는 영향은 일반 정부 부처와 견줄 바가 아니다. 국정원장은 정말 올바른 철학을 갖고, 올곧게 처신해야 한다.
이 후보자는 또 “국정원이 적극성을 잃어버리고 주눅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동의한다. 언제부터인지 국정원은 여권 실세들에게 휘둘리고, 간부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고, 일선 요원들이 상부를 불신하는 풍조마저 생겼다. 인사가 최대 관심사가 되는 그저 그런 공무원 집단이 돼 버렸다는 자조도 내곡동으로부터 흘러나오곤 한다. 국정원장이나 고위 간부들의 올바르지 못한 처신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 후보자는 이런 적폐를 바로잡아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다. 주눅들어 있는 그들을 정권이 아니라 진정한 국익과 안보를 위해 뛰는 전사로 만들어야 한다. 국정원 개혁은 쾌도난마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이 후보자 말처럼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개혁 과제가 잘 추진되고 있는지 상시 점검할 수 있는 국정원내 기구를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국정원은 강력하고 전략적인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사설] 이병호 국정원장 탈정치 끝까지 고수하라
입력 2015-03-18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