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국회의장 임기

입력 2015-03-18 02:10

이승만 초대 국회의장의 재임기간은 고작 54일이다. 제헌국회가 문을 연 1948년 5월 31일 압도적 지지를 받아 의장에 선출됐으나 7월 20일 국회 간선으로 초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사임했다. 이후 현 정의화 의장까지 모두 23명의 국회의장이 배출됐다. 3부요인 중 11명인 대통령과 13명인 대법원장에 비하면 2배 정도 많은 수치다.

왜 그럴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임기가 짧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임기는 헌법상 각각 5년과 6년이다. 그에 비해 국회의장 임기는 헌법이 아닌 국회법에 2년으로 규정돼 있다. 중임이나 연임 제한 규정이 없음에도 16대 국회 때 박관용 의장부터는 ‘2년 단임’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한 번 더 하려는 생각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분위기다.

이승만정권 때 신익희 의장과 이기붕 의장은 6년씩, 박정희정권 때 이효상 의장과 정일권 의장은 8년과 6년씩 재임했다. 백두진 이재형 박준규 이만섭 의장도 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2∼3번씩 했다. 국회의장 재임기간이 반드시 길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예외 없이 2년으로 끝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부의 개혁과 독립성 확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국대 산학협력단은 국회사무처 연구 용역으로 펴낸 보고서에서 “국회의장을 명실상부한 의회 대표로 만들기 위해서는 임기를 국회의원과 같이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장 퇴임 후 정계은퇴 의무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회는 2002년 의장의 재임 중 당적 이탈을 의무화함으로써 입법부의 개혁을 이끌었다. 단국대 보고서가 법제화될 경우 또 한 번의 개혁으로 기록될 수 있다.

하지만 4년 임기제 도입은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중진 의원들이 저마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 벼슬을 짧게라도 해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입법부 개혁보다 자리 나눠먹기가 먼저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