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물 한방울… 땀 한방울… 생명수 한방울

입력 2015-03-18 02:19
한 연구원이 용량플라스크를 들고 성분 함량 실험을 하고 있다.
수액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기초수액에 여러 시약을 섞어 영양수액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수액제 충전실에서 충전이 완료된 수액백이 1차 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은 약제 조제공장 다음으로 진행되는 수액 생산의 두 번째 과정으로 철저한 위생관리가 중요하다. 친환경 소재 수액백은 총 9개 라인에서 연간 1억여개가 생산된다(사진 위), JW중외그룹을 대표하는 수액제 ‘위너프’. 하나의 용기를 3개의 방으로 구분해 포도당, 지질, 아미노산 등 3가지 영양소를 넣었다. 지질은 환자의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오메가3와 오메가6를 배합했다. 이 제품은 3세대 영양수액으로 2013년 세계 3대 수액제 회사인 박스터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링거로 알려진 수액제는 응급환자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의약품이다. 김포우리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가 수액을 연결하고 있다.
스포이트 끝에 집중된 연구원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다양한 색깔의 시약에 섞이며 마술을 부린다. 이곳은 생명을 살리는 물, 수액을 연구하는 곳이다. 사람의 핏속에 들어가는 수액은 단 하나의 세균도 용납될 수 없다. 청결하고 깔끔한 공정과 철저한 물 관리가 필요하다. 공장 근로자들은 흰색 위생복과 위생모에 장갑까지 끼고 있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JW중외그룹의 수액제 생산단지. 하루 40만개 이상의 수액제가 생산된다. 축구장 22개 크기로 단일 수액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지하에서 뽑아 올린 물이 수액제가 되기까지 거치는 공정은 총 13단계. 물 수급부터 보관·출고까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멸균 상태를 유지한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지만 두 단계는 반드시 사람의 손을 거친다. 수액 속에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 검사하는 작업이다. 지하수를 증류수로 만들기까지 3번의 살균 필터를 거쳤음에도 또 한번 사람의 눈으로 위생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공장 관계자는 국내 품질 관리기준보다 까다로운 유럽기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생산비와 관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수액 생산은 수익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2006년 1400억원을 투자해 Non-PVC 전문 친환경 수액 생산공장을 세웠다.

특화된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2013년 미국 제약사 박스터와 3-챔버 영양수액 ‘위너프’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독점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자체 기술로 만든 영양수액이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액공장 건설 양해각서(MOU)를 성사시켰다. 이제는 수액제 수출뿐만 아니라 생산공장 통째로 수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공헌(CSR)을 넘어 공유가치창출(CSV)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SV란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공동체의 사회적 가치를 조화시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자는 개념이다. 기업이 수익 창출을 한 이후에만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내 수액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JW중외제약은 해방둥이 기업으로 출발해 창업 초기부터 CSV를 실천하며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JW중외그룹 이종호 회장은 “오랜 시간 동안 기초수액 생산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논리가 아닌 ‘생명존중’이라는 기업정신”이라고 밝혔다.

사진·글=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