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네에서 자라나 부모님과 같은 교회를 다녔던 그는 코흘리개 때부터 친구다. 어떤 이유로 사이가 소원해졌지만 오늘은 그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좋은 대학에서 취업에 실용적인 전공을 공부하고도 그는 드럼을 배우려고 취업하지 않았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안쓰러울 만큼 열심히 드럼을 배웠다. 그가 그녀로부터 버클리음대 이야기와 드럼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응원을 들었던 것은 서른이 가까웠을 때다. 그는 더욱 안쓰럽게 열정적으로 드럼을 치더니 버클리음대에 합격했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의 곁에 그녀가 함께 있었다. 목소리가 고왔던 그녀는 노래를 했고 그는 드럼을 쳤다. 그들은 밤낮으로 음악을 공부했고 또 그만큼의 시간을 학비를 위해 일했다. 일요일에는 교회 찬양팀에서 노래하고 연주했다.
얼마간의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고 그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씩씩하게 치료를 받았지만 오히려 그녀의 젊음이 암세포를 잘 자라게 했다. 그녀는 2년여 시간을 견디다 미국에서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을 때 나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그는 그만 울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말을 아꼈고 손수건을 건넸다. 나는 그와 헤어질 때 상실을 마주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몇 권의 책과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추천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유학생활하며 힘들게 모았던, 그들 재산을 모두 선교팀에 기부할 것을 부탁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녀를 잃은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헤맬 것이고 꽤 오래 눈물 흘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겠다. 떠나기 전 그녀가, 그에게 견딜 힘을 남겨주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사이가 여전히 소원할지라도 어린 시절 친구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곽효정(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슬픔의 위안
입력 2015-03-18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