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가 출동 중입니다. 차로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397차 민방위의 날인 16일 오후 2시. 전국에서 민방공 대피훈련과 연계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전국 주요 정체구간 263곳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훈련 장소는 교통량이 많고 혼잡한 주요 도로나 재래시장 등 소방통로 확보가 어려운 곳들이었다.
출동지령에 따라 홍보 플래카드를 부착한 펌프차, 무인방수탑차, 구급차, 순찰차가 길 터주기 훈련 안내방송을 하며 가상 출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 영등포소방서에서 소방차들이 줄지어 출발해 약 7㎞를 달리며 사이렌을 울리고 방송을 했지만 차로를 양보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영등포로터리에서 지휘차 앞을 달리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방송을 듣고 옆 차로로 양보했지만 나머지 5∼6대는 제 갈 길을 갔다.
영등포 김안과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는 정체가 시작돼 규정대로라면 차들이 좌우로 조금씩 비켜 길을 터줘야 했지만 움직이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경인로 교차로에서는 적색 신호에 걸린 차들이 신호만 기다릴 뿐 양보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서울 중구 중부소방서에서 출발한 소방 차량들도 비슷했다. 을지로를 거쳐 한국은행앞사거리, 회현사거리, 회현역, 연세세브란스빌딩, 남대문까지 4.9㎞ 구간을 달리는 동안 곳곳에서 차량에 막혀 출동이 지연됐다. 을지로5가에서 을지로3가 방면 1차로를 달리던 소방차가 정지신호에 걸리자 앞에 서 있던 승용차 3∼4대는 2차로로 양보했지만 시내버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소방차들은 대부분 시속 10∼20㎞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대전에서는 서부소방서에서 갈마삼거리∼국민연금공단∼둔산경찰서∼타임월드 구간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에 진로를 양보하지 않을 경우 승합차는 6만원, 승용차는 5만원, 이륜차는 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소방차 길 터주기 민방위 훈련… ‘모세의 기적은 없었다’
입력 2015-03-17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