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창조경제센터 출범] 롯데, 2300억 펀드 조성… 부산을 벤처·영화 허브로

입력 2015-03-17 02:37

롯데그룹이 부산시 등과 함께 부산지역 벤처기업·영상·영화산업 지원 펀드에 총 2300억원을 투자한다. 부산을 문화와 최첨단 기술이 융합된 도시로 조성해 ‘창조경제 실크로드’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과 부산시, 미래창조과학부는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서병수 부산시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부산센터) 출범식을 가졌다. 부산센터는 대구 대전 전북 광주 등에 이은 일곱 번째 창조경제혁신센터다. 해운대구 센텀그린타워 3∼4층에 2814㎡ 규모로 조성된다.

부산센터는 혁신상품의 가치제고와 유통산업 혁신 거점, 지역의 영화·영상 인프라와 인재를 활용한 영화·영상창작허브 조성, 부산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또 대·중소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원기관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통해 전통 제조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부산시 등과 2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 지원과 영화·영상산업 발전, IoT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술개발 지원에 1000억원, 창업과 중소기업 펀드 지원에 900억원, 영화·영상 펀드 조성에 400억원 등을 투자한다.

◇영화·영상 창작 허브, ‘제2의 김기덕’ 꿈꾼다=영화·영상 등 문화콘텐츠산업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21세기 연금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표적인 창조경제산업이다. 그런 만큼 부산센터에는 부산을 영상·영화 창작 허브로 만들기 위한 구상이 담겨 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영화의 도시’에 걸맞게 ‘제2의 김기덕 감독’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김 감독은 독립영화 ‘악어’로 데뷔한 뒤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독립영화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미래의 명감독을 발굴하기 위한 창작 지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다.

롯데는 이를 위해 부산시, 부산은행 등과 공동으로 영상·영화 특화펀드로 총 400억원을 조성한다. 창작 시나리오 공모부터 제작, 자금 지원, 배급·상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구조다. 영상·영화 기획에는 세계 희귀·예술영화 2000여편을 제공하는 ‘영화 라이브러리’를 설치하고, 문화창조융합센터의 디지털 콘텐츠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창작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성장 정체 극복하고 유통산업의 중추로=부산은 국내 최대 항구도시이자 동북아 관문이지만 전통 제조업의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롯데는 부산에 기업의 유통 노하우를 접목시켜 유통산업의 중추로 육성할 계획이다. 롯데가 부산 지역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곳이 서울 다음으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는 지역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 롯데는 부산 지역에 백화점 4곳을 필두로 유통·관광서비스·식품·건설 등 그룹 내 모든 사업 부문이 진출해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를 통한 고용 창출도 3만8000여명에 달한다. 롯데그룹 소속으로 일하는 인력이 6000여명이고 협력·관계사 인력이 3만2000여명이나 된다.

그만큼 롯데에 있어서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셈이다. 역으로 고용창출 등을 통해 롯데가 부산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센터 출범으로 롯데와 부산 간 ‘상생’의 폭과 밀도도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롯데는 상품성을 높일 노하우를 활용해 혁신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 판로개척 등을 지원해 부산센터를 유통산업 혁신거점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신유통 모델을 개발해 부산의 전통산업인 신발, 패션의류, 수산물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사업도 추진한다.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는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각종 센서와 유무선 네트워크 시제품 제작기능을 갖춘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는 등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