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김준기(71·사진)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자녀들에게 전달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비자금·횡령 등 대기업 비리 엄단 의지를 밝힌 터라 포스코에 이어 동부그룹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김 회장이 그룹 내 투자회사를 비롯한 계열사들로부터 부외자금(장부 없이 이뤄지는 거래를 통해 조성된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중 상당액이 김 회장의 장남(40)과 장녀(42)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지난해부터 김 회장 일가 주변 계좌를 추적해 왔다. 조만간 관련자 소환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동부그룹과 관련한 의혹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회장의 동서인 동부CNI 윤대근(68) 회장이 10억원 안팎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에 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회장이 동부하이텍 대표이사로 있던 2005∼2008년 별도 개인 계좌를 통해 회삿돈 수억원을 주기적으로 횡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룹 총수인 김 회장과 함께 측근인 윤 회장과 그룹 후계자 등 일가 대부분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셈이다.
동부그룹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와 계열사의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그해 말부터 재무상황 개선을 위해 주요 계열사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차질을 빚으면서 아직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김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를 수사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그간 검찰의 자료 요청이나 관련자 소환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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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준기 동부회장 수백억 횡령 의혹 “비자금 조성 자녀에 전달”… 司正, 포스코 이어 동부로
입력 2015-03-17 02:41 수정 2015-03-17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