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 “정치개입 있어선 안 될 일… 현재 국정원 주눅 들었다”

입력 2015-03-17 02:31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는 정치 개입이 국정원을 망치는 길이라며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정원은 적극성을 잃어버렸고 주눅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장차남 가족 12명 중 7명이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점에 대해서는 “국가 간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한국의 국가 이익만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정원 정치 개입 절연=이 후보자에 대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는 국정원의 정치 중립에 대한 의지와 국정원 개혁 방안 등 정책 검증에 집중됐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국가안보를 흔드는 나쁜 일”이라며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된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국정원이 정치 개입에 무리하게 휩싸였기 때문에 신뢰가 떨어졌다”고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다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바른 운영”이라며 “쾌도난마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 전문가로만 구성되면 그것이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길”이라며 “(국정원장에 임명되면) 사기를 올리고 국정원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 하나는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권교체 때마다 정치적 인사 물갈이가 일어났다”고 지적하자 “문제의식이 있다. 저는 (외부에서) 한 사람도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약속했다. 그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일을) 안 할 것이다. 그 의지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제기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국정원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공작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하겠다”고 했다.

◇“경직된 안보관 경계하겠다”=새정치민주연합은 이 후보자가 군 출신으로 대북관계에 있어 경직된 안보관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자는 “경직됐다는 것은 사고가 도그마(신념)에 빠진 것”이라며 “나는 도그마를 경계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준비팀’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흡수통일론이 나온 것 자체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국내 배치 문제도 도마에 올랐지만 이 후보자는 “정책 결정에 관한 소견을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사드 문제는 주권에 관한 것으로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을 대비하려면 어떤 정책 옵션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대한민국을 파괴할 수 있는 사활적 문제”라며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 판단에 도움이 되는 모든 대안의 장단점을 마련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울산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기고한 글에서 ‘용산 참사’를 폭동에 비유한 데 대해서는 “어휘가 사려 깊지 못했고 부적절했다. 그 용어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자성한다”고 사과했다. 5·16쿠데타(군사정변)에 대한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고, 청문회 말미에 “법률·학술적으로 쿠데타라는 정의에 동의한다”고 했다.

정보위는 17일 오전 9시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