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대생 박연미(21·사진)씨의 북한 비판 행보가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세계 5위 군사력과 핵무기까지 보유한 북한 정권이 두려워해야 할 인물”이라며 박씨를 집중 조명했다.
가디언은 최근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웹 사이트에 박씨를 비난하는 ‘인권모략극의 꼭두각시 박연미’라는 제목의 18분짜리 영상이 올라왔다”며 박씨가 북한 인권 실상을 알리고 정권을 비판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고 전했다. 이 동영상에는 박씨의 큰아버지, 고모, 외삼촌 등 친인척들이 출연해 박씨의 증언이 날조라고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씨는 지난해 가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2014 세계 젊은 지도자회의’에 참석한 이후 이른바 ‘장마당 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장마당 세대는 1980, 90년대에 태어나 외부 세계와 시장원리에 친숙해진 북한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그는 “9살 때 친구 엄마가 미국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공개처형 당했고 13살 때 북한을 탈출하던 날, 어머니가 중국인 브로커에게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눈물로 증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박씨는 지난달 유엔워치 등 20개 NG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주최한 제7차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서밋’에서도 “북한 내부의 장마당 세대가 변화의 희망이고 결국 북한 독재정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려온 대표주자 격인 탈북자 신동혁씨가 자서전 내용을 일부 번복한 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탈북자 증언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박씨와 같은 새로운 증언자 앞에서 이는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 외에도 꽃제비 출신의 또 다른 탈북 대학생 조셉 김(22)씨처럼 장마당 세대의 탈북 생존자들이 절망스러운 현실에도 희망을 계속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9월 출간될 박씨의 자서전을 함께 집필 중인 메리언 볼러스는 “박씨가 처음에는 어린 나이에 겪은 참혹한 과거와 마주하는 것을 힘겨워했지만 그가 북한인권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정한 이후 자신의 트라우마와 용감히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北, 21세 탈북 여대생을 두려워하고 있다”… 英 가디언, 북 정권의 분노와 맞선 박연미씨 집중 조명
입력 2015-03-17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