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수단 내전이 낳은 잃어버린 아이들의 이야기… 영화 ‘뷰티풀 라이’

입력 2015-03-18 02:42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아프리카 속담 중 하나다. 1983년부터 22년간 계속된 수단 정부군과 남부 반군 수단인민해방군(SPLA)의 내전으로 250만 명이 죽고 4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아이들 1만8000명은 세계 각지를 떠도는 미아가 됐다. 반군에게 총알받이로 잡히거나 아랍계 군인의 횡포를 피해 국경을 넘은 아이들을 ‘잃어버린 아이들’이라고 한다.

영화 ‘뷰티풀 라이’(원제: The Good Lie·사진)는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의 얘기를 다뤘다.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마메르는 형 테오, 여동생 아비탈, 친구 예레미아 등과 함께 반군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아 걷고 또 걷는다. 물 대신 소변을 마시고 동물이 뜯고 남은 짐승의 사체를 먹기도 한다. 그러다 반군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테오가 기지를 발휘해 혼자 끌려간다.

서로 의지하며 수백㎞를 걸은 아이들은 마침내 케냐의 난민 캠프에 도착한다. 그로부터 13년 뒤 미국으로 이주하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하자마다 여동생 아비탈과 헤어져야 했다. 기내식으로 나온 버터를 통째로 먹고 맥도날드가 뭔지도 몰랐던 이들이 직업소개사 캐리(리즈 위더스푼)를 만나면서 미국 생활이 본격 시작된다.

목장의 소 떼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애틋하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테오의 용기 있는 선택도 그렇고, 마메르가 케냐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러면서도 목장이 딸린 집을 소유한 미국인에게 “아버지가 추장이었습니까?”라고 묻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실제로 ‘잃어버린 아이들’이다. 마메르를 연기한 아널드 오셍, 예레미아 역을 맡은 게르 두아니는 어린 시절 소년병이 될 것을 강요받고 잔인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극 중 케냐의 난민촌을 향해 길을 떠나는 수많은 아이들 역시 수단 난민 출신의 부모를 둔 자녀들이다. 이들과 소통하는 할리우드 배우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가 빛난다.

일자리를 구해준 캐리에게 고맙다며 오렌지를 사 들고 찾아가는 마메르의 따뜻한 마음에 까칠했던 캐리가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처럼 ‘잃어버린 아이들’의 처절하면서도 해맑은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조금씩 두드리며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다. ‘뷰티풀 마인드’ ‘다빈치 코드’ 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26일 개봉. 12세 관람가. 11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