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출범 이후 첫 기자회견인데….”(기자)
“아직 출범 못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이석태 특별조사위원장·사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정부가 예산을 주지 않아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서울지방조달청 10층에 자리 잡은 임시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이 참사 335일째 되는 날이다”며 “언론과 국민들이 보기엔 특조위가 출범해 여러 활동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우리는 활동을 시작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지난해 11월 7일 국회를 통과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여·야 협상이 수차례 결렬된 데다 유가족이 합의안을 반대해 무산되는 등 상당한 진통 끝에 가까스로 틀을 잡았다.
특조위는 유가족과 국회·대한변호사협회·대법원이 추천한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조위 소속 상임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상임위원들은 다음 날인 6일 안산 합동분향소와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하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특조위가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에 요청한 직제·예산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17일 특조위 설립준비단은 정원 120명, 예산 192억원으로 정한 직제·예산과 특별법 시행령안 등을 정부에 넘겼다. 하지만 정부는 한 달간 답변이 없다. 이 때문에 특조위는 아무런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진상규명에 필요한 인적·물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진상규명은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왜 정부는 예산을 주지 않고, 직제를 승인하지 않는 것일까.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특조위 측은 지난 한 달간 정부와 협상과정이 어땠는지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박종운 상임위원은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해양수산부 측에 ‘정부 안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확정된 안이 없다’는 수준의 답변만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특조위 요구사항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은 어렵다”고 했다. 특조위는 직제와 관련해 행정자치부,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총괄 주무부서인 해수부와도 논의하고 있다.
특조위 안팎에선 조직·예산이 너무 비대하다는 일부 여당 의원의 지적이 있었던 것에 주목한다.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진상규명과 관련한 직제·예산은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한 최소치”라며 “현실적으로 제한된 인원과 예산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선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지난해 12월부터 줄곧 특조위 내부에서 나온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세월호 특별조사위 “일 하고 싶다”… 이석태 위원장 회견
입력 2015-03-17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