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노다 마사아키(69·사진)씨는 ‘슬픔 전문가’로 불린다.
대형 참사 유족의 심리와 치유에 대한 독보적 연구자로 “일본에서 일어난 1980년대 후반의 거의 모든 대형 사고 유족과 어떤 형태로든 접점을 가져 왔다”고 한다. 그의 책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는 유족 연구를 집대성한 저작으로 1992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됐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14년 이와나미 출판사가 재출간했다. 이 책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16일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1985년 8월 JAL 소속 보잉기 추락사고(520명 사망), 1988년 3월 일본 고교 수학여행단의 상하이 열차 충돌사고(학생 26명 등 총 28명 사망) 등 대형 참사 유족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책은 ‘유족의 슬픔은 어떻게 치유되는가’를 다룬다.
저자는 유족의 슬픔은 개인적 차원의 심리 처방으로는 치유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희생자의 죽음의 이유를 사회적 의미로 재창조해야 유족의 슬픔은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사회적 상(喪)’이라고 표현하면서, 유족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슬픔을 표현하고 극복할 수 있게 사회가 인내하며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족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시신을 찾는 일에 집착한다. 유족들을 가장 괴롭히는 게 “나는 시신을 찾아 시신을 품에 안고 최선을 다해서 장례를 치렀나” 하는 물음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족이 가족의 시신을 직접 대하는 것은 그의 죽음을 확인하고 받아들여 이후 서서히 현실감을 되찾아 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족은 죽음의 금액보다 죽음의 의미를 추구한다”면서 내 아이 죽음의 의미를 묻는 유족들과 슬픔을 배상 금액으로만 환산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이 자주 벌어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사랑하는 사람을 돈으로 환산하는 작업은 유족의 마음에 처참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특히 “풍요로운 시대에는 가족과의 사별은 경제적 문제보다 심리적 문제를 더 크게 남기는 법”이라며 “배상과 관련해서도 배상액의 크고 작음만이 아니라 가해자가 어떻게 사죄하는가, 배상 교섭의 과정은 어떠한가 등이 중요하게 되었다”고 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잘못된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들의 민주적 연대와 유족들의 슬픔을 충분히 발현시키는 사회만이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유족의 슬픔은 어떻게 치유되는가”… 日작가 노다 마사아키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출간
입력 2015-03-17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