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지난 12일 오후 7시50분쯤 비틀거리며 서울 구로구의 한 문구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당황한 손님들이 웅성거리자 문구점 주인 A씨가 남성을 말렸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웃옷 안주머니에서 길이 40㎝ 흉기를 꺼냈다. 그리고 A씨의 복부를 향해 휘둘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문구점은 난장판이 됐다. 다행히 흉기는 A씨를 비켜 나갔고, 남성은 문구점 밖으로 도망쳤다.
몇 분 뒤 이 남성은 근처 약국에 들어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양강장제 한 병을 달라고 해 들이켰다. 이어 손님용으로 비치된 혈압측정기에 팔뚝을 집어넣고 혈압을 재더니 냅다 세상을 저주하는 내용의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계산대 위에 흉기를 올려놓고 약국 관계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자칫하다간 대형 인명 사고가 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약국 주인은 다급하게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안전장구로 무장하고 들이닥쳤다.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던 남성은 곧바로 제압됐다.
이 남성은 인근에 사는 일용직 노동자 박모(50)씨였다. 전과 2범으로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아온 박씨는 평소 “사람들이 날 무시한다. 언젠가 보복하겠다”며 늘 흉기를 몸에 지니고 다녔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박씨를 16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에 대해 “특별한 정신병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술 취한 50代 문구점·약국 들어가 흉기 난동… 또 묻지마 범죄 ‘아찔’
입력 2015-03-17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