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폐지 ‘사법고시’ 오늘과 내일] 떠오르는 강남 로스쿨 학원가… 나이·경력 불문 ‘새로운 꿈’

입력 2015-03-17 02:11 수정 2015-03-17 19:00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로스쿨 입시학원에서 지난 4일 수험생들이 간식을 사들고 강의를 듣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김지훈 기자

1964년 시작된 사법시험은 빈자(貧者)의 사다리였다. 가진 게 없는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고 웅변하는 상징이었고, 하나의 문화였다. 이런 사시가 2017년 폐지를 앞두고 있다. 법조계는 사시를 대신할 로스쿨 실험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과연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지금의 과도기가 지나면 미래의 사다리는 어떤 모습일까.2017년 폐지 ‘사법시험’ 오늘과 내일 현장

지난 4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신분당선 강남역 4번 출구 인근. 트레이닝복 차림에 커다란 백팩을 맨 학생들이 한 빌딩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건물 외벽에는 ‘법학적성시험(LEET)’ 등 로스쿨 입시학원임을 알리는 간판이 크게 붙어 있었다. 이 학원에 등록한 학생은 1000여명이다. 전국 로스쿨 입학정원(2000여명)의 절반에 이른다. 서울 관악구 일대 ‘고시촌’에서 종적은 감춘 고시생들이 ‘강남’으로 몰려갔다.

로스쿨 준비생은 1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나이·직업·경력 등은 천차만별이다. 로스쿨 입시학원 관계자는 “고시생이 법학을 전공하고 법전에 매달린 사람이라면 로스쿨 준비생은 제각각이다. 대학 재학생은 물론 의사, 변리사, 약사, 증권 애널리스트, 경찰도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나 중국 베이징대 등 해외 대학 출신도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고시생들은 초창기에 로스쿨 입시생을 ‘로퀴벌레’(로스쿨+바퀴벌레)라고 폄하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도 이젠 로스쿨로 방향을 튼 지 오래다. 로스쿨 입시학원이 입주한 건물의 6층 독서실에서 만난 A씨(35)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는데 사시에 10번 떨어지고 지난해부터 로스쿨 준비를 시작했다. 로스쿨 초기만 해도 ‘절대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낙방하니 어쩔 수 없더라”고 했다.

직장인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올 초 한 전자회사를 퇴사하고 로스쿨 준비에 뛰어든 B씨(29·여)는 “잦은 야근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직장생활에 지쳤다”고 말했다. 이공계 석사 출신으로 지난해 대리로 진급까지 했지만 ‘내가 과연 임원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전문직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B씨를 로스쿨 준비로 이끌었다.

‘로스쿨 드림’을 향해 부나방처럼 모여들지만 로스쿨은 돈이 많이 든다. 경제적 여유가 있지 않으면 준비과정, 로스쿨 입학·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로스쿨 입시학원 관계자는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못 봤다”고 했다. 다만 “로스쿨 입시는 준비기간이 길어야 2∼3년이고 입학 후에도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장학금 등 혜택이 많다. 반면 사법고시는 4∼5년 공부해 합격 못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매몰 비용이 된다”고 반박했다.

로스쿨 졸업자의 취업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92.6%였다. 변호사시험에 떨어진 학생까지 포함하면 실제 취업률은 약 70% 수준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실제 취업률이 50%도 안 되는 곳이 4군데나 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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