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과 인디음악을 중심으로 젊고 실험적인 현대공연예술 장소로 자리매김했던 LIG아트홀이 폐관 위기에 처했다.
LIG문화재단(이사장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의 LIG아트홀은 서울 강남과 합정 그리고 부산에 있는 LIG손해보험 건물 내에 3개의 공연장을 운영해 왔다.
LIG문화재단은 40억원에 달하는 연간 예산의 대부분을 극장 소유주이기도 한 LIG손보에 의존했다. 그런데 지난해말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키로 하면서 LIG문화재단은 올해 LIG아트홀 예산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3개 공연장에서 예정됐던 기획 및 제작 공연은 모두 취소됐다. 올해는 아직까지 1건도 잡혀 있는 않는 상태다. 마포구에 기부체납하기로 돼 있는 합정 LIG아트홀만 간간히 대관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공연장의 기획 및 제작 인력도 거의 재단을 떠났다.
LIG아트홀 관계자는 16일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는 방안이 지난해 6월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금융위원회 승인은 12월이 돼서야 났다”면서 “LIG아트홀을 운영하는 LIG문화재단으로서는 그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3개의 LIG아트홀이 폐관 위기에 처한 것과 관련해 문화예술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IG아트홀은 기존 공연장과 달리 무용과 재즈, 다원예술, 인디음악 등 비주류 장르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특히 예술가들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는 국제교류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IG아트홀 폐관에 대한 부산 문화예술계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공연장이 많은 서울과 달리 부산에는 LIG아트홀이 실험적이고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공연장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LIG아트홀이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상업시설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과 부산에서 국제즉흥춤축제를 열어온 장광열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대표는 “부산에서는 LIG아트홀이 앞으로 결혼식장으로 운영된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면서 “부산 아티스트들이 이곳을 살리기 위해 부산문화재단 측에 극장 인수를 요청하는 등 머리를 싸매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LIG손보 인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극장 운영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도 세운 것이 없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현대무용·인디음악 공연예술의 든든한 실험무대였는데… 서울·부산 LIG아트홀, 결국 문 닫나
입력 2015-03-17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