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협상할 필요성을 제기해 미국의 대(對)시리아 전략이 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아사드 정부의 폭정에 항의하는 민주화 시위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5년째로 접어들었다. 케리 장관은 15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종국에는 협상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할 일은 그(알아사드 대통령)가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평화회담의 기조에 따라 협상하기를 바랐다”며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가 시리아 내전을 끝낼 외교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케리 장관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국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알아사드 대통령과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케리 장관의 발언이 명확하게 알아사드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아니라며 “알아사드와 같은 독재자에게 더는 미래가 없다는 우리의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주에 밝힌 것처럼 알아사드 정권이 자신들의 위치를 재검토하기 전까지 제재 압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패퇴시키는 전략과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미국으로선 피아 구분 없이 각국의 지원이 필요한 절실한 상황이며, 특히 IS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본의 아니게 알아사드 정권과도 공조를 취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지난 13일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IS의 득세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혼돈 속에 무너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IS의 적은 다 미국의 친구?
입력 2015-03-17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