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從北 프레임 해부-실생활 속 쓰임] 국어사전엔 없는 ‘종북’… 리퍼트 피습일 1만5758회 트윗

입력 2015-03-17 02:26 수정 2015-03-17 09:12
트위터 분석 전문업체 톱시(Topsy)에 따르면 지난 5일 트위터 공간에서 ‘종북’이란 단어가 포함된 트윗은 총 1만5758회 발생했다. 전날(3122회)의 5배 수준으로 갑자기 증가했다. 5일은 김기종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날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공간에서 종북이라는 말이 폭발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종북은 지난 12일까지 하루 트윗 1만회 수준을 유지했다.

트위터 공간에서 1만5000회 넘게 언급되는 말은 그리 많지 않다.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서 상위권을 단골로 차지하는 ‘날씨’가 꽃샘추위 여파를 겪던 지난 12일 1만7001회 트윗을 기록했는데, 이 단어도 지난 1개월 사이 1만5000회를 넘긴 건 이날 한 번뿐이었다. ‘대한민국’은 트위터에서 매일 7500회 수준으로 언급된다.

종북이란 말은 이처럼 우리 삶에 깊숙이 개입해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종북은 엄연히 표준어가 아니다. 국립국어원은 종북에 표준어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정치적 태생'을 꼽는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반대되는 특정 집단을 지칭할 때 쓰이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한자 뜻풀이를 할 것이 아니라, 쓰임새가 잘 고정화됐는지 관찰을 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종북이란 말은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을 타고 확산됐고, 이 과정에서 의미 논란도 많았다. ‘변희재-낸시랭 사건’ 등에서처럼 종북은 단순히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인 것처럼 비난하거나 치부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 문법의 재창조가 활발한 인터넷 공간에선 종북이 비속어와 결합해 상대방을 헐뜯는 데 쓰이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대구대 국어국문학과 이정복 교수는 2013년 ‘새말의 탄생’ 봄호를 통해 인터넷 소통망에서 탄생한 새말 중 ‘종북좌빨(북한을 추종하는 좌파 빨갱이)’ ‘좌빨(좌파 빨갱이)’ ‘좌좀(좌빨 좀비)’이 있다고 소개했다.

실생활에 자주 언급되는 말을 매년 표준어에 추가해온 국립국어원이 아직 종북을 표준어 등재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은 “종북은 현재로서는 국어사전에 추가할 어휘로 고려되지 않는 말”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국립국어원은 빈번한 쓰임을 감안해 내년 발간하는 오픈사전인 ‘우리말 샘’에는 ‘종북’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픈사전은 비속어만 아니면 유행어까지도 널리 채택된다. 오픈사전에 올라도 표준국어대사전 등재에 상응하는 지위를 인정받지는 못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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