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중고차 중에도 인기 많은 모델이 있다. 오랜 시간 험로를 헤쳐 왔지만 여전히 잘 굴러가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중고차들이다. 대표적인 모델이 르노삼성자동차의 1세대 SM5, 쌍용자동차의 3세대 뉴 코란도와 1세대 렉스턴, 기아자동차의 1세대 쏘렌토 모델이다. 대부분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초창기 모델로 현재는 단종 상태다.
지난해 국내 최대 중고차 전문업체 SK엔카 홈페이지에 등록된 중고차 매물을 보면 1세대 SM5는 1만1410대, 뉴 코란도는 8825대, 1세대 쏘렌토는 7972대, 1세대 렉스턴은 3900대가 등록됐다. 일반적으로 SK엔카에 등록된 중고차의 3배 정도가 실제 거래되는 중고차 건수로 추산된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10년 이상 된 4개 차종이 10만대 안팎으로 거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SK엔카 경기도 일산지점 김재상 차량평가사는 16일 “일반적으로 10년 넘은 모델들은 폐차를 고민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모델들은 상태만 괜찮으면 들어오는 즉시 팔려나간다.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말했다.
10년 넘은 모델들이 인기 있는 비결은 결국 내구성이다. 신차의 경우 내구성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10년 정도 지나면 경험적으로 내구성이 드러난다. 특히 10년 넘은 중고차의 경우 차량 하부 부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1세대 SM5는 삼성자동차가 ‘10년을 타도 괜찮은 차’라는 콘셉트로 제작한 차다. 당시 국산차로서는 거의 최초로 자동차 하부에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했고, 불소 코팅까지 해 차량 부식에 가장 강한 자동차로 통했다. 일본 닛산의 맥시마를 모델로 만들어졌는데, 맥시마보다 더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쌍용차의 3세대 뉴 코란도와 1세대 렉스턴은 모두 벤츠 엔진을 장착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모델과 성능으로 주목받았다. 뉴 코란도는 아르헨티나 팜파스 랠리 등에서 우승해 성능을 입증했고, SUV 대중화에 기여하며 36만여대가 판매됐다. ‘대한민국 1%’라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했던 렉스턴 역시 쌍용차의 장수 모델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출시 당시 엔진오일을 비롯한 각종 소모품 교환 주기가 동급 최장 수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1세대 쏘렌토 역시 기아차가 자체 개발한 2.5ℓ 디젤 엔진이 강점으로 꼽힌다. 1세대 쏘렌토는 내수 24만대, 수출 66만대 등 모두 90만대가 판매됐다.
SK엔카 관계자는 “10년 넘은 중고 SUV는 최신 SUV에 비해 승차감이나 소음, 디자인 등은 떨어지지만 내구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거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실제 2003년식 SUV가 310만∼680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세컨드카로 구매하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다만 일부 차종의 경우 특정 부위 부식 등 차량 관리상태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게 중고차 업체 측의 조언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기획] 10년 넘어도 힘이 빵빵… ‘중고차 4총사’ 없어서 못판다
입력 2015-03-17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