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가대표 원로시인 현해탄 넘어 詩心을 나누다

입력 2015-03-17 02:18
주고받은 시를 묶어 공동시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를 낸 신경림 시인(오른쪽)과 다니카와 슌타로. 일본에서는 다니카와의 시에서 딴 다른 제목으로 출간됐다.예담 제공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조선백자 항아리/ 역사가 흠집을 남겼는데도/ 항아리는 여전히 아름답다.’(일본 시인)

‘동백도 벙긋이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이 모습 새롭게 항아리에 새겨/ 바다 건너 벗들에게 전하고 싶구나.’(한국 시인)

신경림(80)과 다니카와 슌타로(84).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원로시인이 6개월간 주고받은 시를 모은 공동시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예담)가 16일 출간됐다.

이른바 ‘대시집(對詩集)’의 기획은 2012년 일본 쿠온 출판사에서 신경림 시집 ‘낙타’를 번역해 내놓으면서 출간 기념회에 다니카와를 초청한 게 계기가 됐다. 양국 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시집이 두 나라에서 동시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몇 사람이 돌아가면서 시를 쓰는 ‘연시(連詩)’와 달리 둘이서 짓는 시를 일본에서는 ‘대시(對詩)’라고 한다. 다니카와는 “대시는 좋든 싫든 다이얼로그가 되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 간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할 때도 시인들은 정치인들의 언어와 차원이 다른 시의 언어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시집은 백자항아리로 운을 띄운 다니카와 시인의 슬픈 어조를 신경림 시인이 건강한 화답으로 감싸면서 출발한다. 두 시인은 지난해 4월 한국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건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교감을 나누고, 유년의 기억을 더듬고 나이 듦이 갖는 의미에 공감하기도 한다. 시집에는 두 시인이 도쿄(2012)와 파주(2013)에서 가졌던 대담과 대표시, 에세이도 실렸다. 다니카와는 일본에서 직업적 시인으로 생계를 꾸리는 유일한 작가로 꼽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