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형철] 안전점검을 생활화하자

입력 2015-03-17 02:20

날짜와 관련된 퀴즈 하나. 매월 15일은 전국적으로 민방위 훈련을 하는 날이다. 그렇다면 매월 4일은 무슨 날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정답은 ‘안전점검의 날’이다.

안전점검의 날이 공식적으로 처음 시작된 것은 1996년 4월 4일이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대구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등이 발생하자 정부에서 적어도 월 1회, 국민 스스로 가정·학교·공공·교통· 산업별로 안전점검을 실시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이후 2004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매월 4일을 안전점검의 날로 규정하면서 법적인 지위를 갖게 됐다. 안전점검의 날을 매월 4일로 정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라비아 숫자 4는 국민들에게 불길한 숫자로 인식되어 있다. 때문에 이날을 사고예방을 위한 날로 정해 적극적으로 안전 활동을 전개하자는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

안전점검의 날이 올해로 19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서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주변의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이를 제거하는 활동이 아직까지는 일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점검이 특히 필요한 곳은 산업현장이다. 산업현장은 국민의 대부분인 근로자들이 꿈과 행복을 실현하는 터전이다. 또한 산업현장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동력이며, 국민들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마디로 안전하고 건강한 산업현장은 그 나라의 경제적·문화적 수준이다.

지금 우리의 산업현장에서는 한 해 9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다치고 있다. 사망자도 2000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하루로 계산하면 매일 250여명이 일하다 다치고, 5명이 목숨을 잃는 셈이다. 얼마 전 서울 동작구의 체육관 공사현장에서 천장이 무너져 작업자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의 조선소에서는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파주에서는 질소가스가 누출되어 2명이 사망했다.

심각한 것은 산업현장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겨울철 많이 발생하는 넘어짐 사고, 해빙기 붕괴사고, 밀폐공간의 질식사고, 장마철 감전사고 등 계절별·시기별로 매년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바로 작업 전 안전점검이다. 통계 분석자료에 따르면, 사고의 절반 이상이 작업관리상 원인으로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작업준비가 충분치 못하거나 안전수칙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어떤 위험요인이 있는지, 위험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작업 전 안전점검이 습관처럼 계속되어야 안전이 몸에 밴다.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능률적이지 않을 수 있다. 안전을 실천한다는 것은 귀찮고, 때론 업무 효율이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대신 ‘안전’을 얻을 수 있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난 뒤에야 안전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안전점검의 날은 매일매일이다. 안전점검은 작업 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일의 절차이고 작업의 일부분이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습관처럼, 일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작은 습관이 생명을 구하고, 가족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 지금부터 안전점검을 실천하자. 비록 더디고 귀찮더라도 의식처럼, 안전점검을 실시하자. 안전점검이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습관으로 확산될 때 안전한 산업현장, 건강한 일터가 만들어진다.

최형철 안전보건공단 교육안전문화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