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 비르나 리지에게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찬사를 바쳤으나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배우’는 따로 있다. 우선 독일 출신의 크리스티네 카우프만. ‘대장 부리바’(1962)에서 처음 본, 마치 샌드라 디와 올리비아 허시를 섞어놓은 듯한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카우프만 다음으로 내가 가장 예쁘다고 느꼈던 여배우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였다. ‘젊은이의 양지’(1951)와 ‘자이언트’(1956)에서 몽고메리 클리프트, 록 허드슨, 그리고 제임스 딘을 사로잡은 그 빛나는 미모라니. 사실 나는 지금도 ‘객관적인’ 기준에서 테일러만한 미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관적인’ 느낌은 다르다. 테일러 이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배우’는 프랑스 출신 카트린 드뇌브로 바뀌었다. ‘세브린느’(1967) 등에서 본 드뇌브는 프랑스 인형 같은 예쁨에 기품까지 더해져 더욱 아름다웠다. 그런 느낌은 프랑스인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는 1985∼89년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인상 ‘마리안느’의 모델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와서 나에게 ‘아름다운 여배우’ 하면 떠오르는 얼굴은 최은희 선생이다.
우리나라에도 미녀 배우들이 숱하게 많지만 ‘사랑손님과 어머니’(1961) 등에서 보여주었던 젊은 시절 선생의 아름다움은 단연 발군이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
입력 2015-03-17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