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경북 영월·포항)게이트’의 효시는 뭐니 뭐니 해도 포스코입니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자연인 시절 포스코에 있으면서 결국 정준양으로 회장을 바꿔치기한 겁니다.”(2010년 10월 5일, 우제창 전 민주통합당 의원)
제18대 국회 정무위원회는 2009∼2010년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도 아닌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이름을 14차례나 언급했다. 야당 정무위원들은 정 전 회장이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던 박 전 차관의 힘으로 회장 자리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정 전 회장의 친인척 회사 자금이 ‘영포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 제기에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들여다보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은 정 전 회장과의 관계를 다그치는 정무위원들에게 “연말 행사를 갔다가 우연히 로비에서 마주친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정 전 회장의 막후에 ‘정권 실세’가 있다는 이야기는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이 공격적 인수·합병(M&A)을 진행하자 금융권에선 “MB정부의 청탁을 받은 것”이라는 뒷말도 무성했다.
지난 13일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사옥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의 수사는 결국 정 전 회장을 둘러싸고 불거진 포스코와 MB정부의 유착 의혹까지 겨냥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감사 부서가 적발한 비자금의 흐름을 살피는 한편 여타 계열사들의 석연찮은 M&A 배경까지 따질 전망이다.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포스코 계열사는 41곳 늘었지만,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8곳이 자본잠식 상태로 파악됐다.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2010년부터 줄곧 금융감독원에 진상 조사를 촉구한 2010년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가 대표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관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혐의는 ‘업무상 횡령’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말해 수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15일 휴일임에도 모두 출근해 베트남 현지에서 조성된 자금의 흐름을 분석하고 관련자 소환 일정을 검토하는 등 수사 채비를 마쳤다. 비자금 조성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포스코건설의 박모(52) 전 동남아사업단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이미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아 병합 수사할 방침이다.
국무총리의 부정부패 엄단 기조와 맞물려 정 전 회장은 물론 구설에 오른 전 정권의 ‘실세’들도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전 회장 등 포스코 전·현직 경영진 다수는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부패 청산 나선 정부] 정준양 재임기간 41개社 사들여…“MB정부 청탁 받은 것” 說 무성
입력 2015-03-16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