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경제 5단체장을 만난 데 이어 휴일인 15일 저녁 금융협회장들을 서울 강남구 일식집 ‘스시효’로 불러 모았다. 금융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청년취업에 힘써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회동은 취재진의 눈을 피해 장소를 옮겨가면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회의를 마친 뒤 카메라를 의식한 듯 참석자들은 최 부총리를 필두로 띄엄띄엄 시간차를 두고 식당을 나섰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상견례를 위한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취임을 앞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몇몇 협회장들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최 부총리가 축하를 전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의미를 희석시켰다. 최 부총리가 업무적으로 전한 이야기는 “금융권에 진출하려는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정도였다는 게 공통적인 전언이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선 최 부총리가 금융개혁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기 위해 협회장들을 불러 모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최 부총리가 연일 강도 높게 금융권에 보신주의 타파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회동에는 최 부총리와 임 위원장을 비롯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면면과 중량감을 보면 단순한 축하모임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심각한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이들은 당초 J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이 노출되자 부랴부랴 장소를 바꾸며 언론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한 금융계 인사는 “2시간 동안 덕담이나 나누기엔 금융권 안팎의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선정수 조민영 기자 jsun@kmib.co.kr
휴일 금융협회장 불러모은 최경환 왜
입력 2015-03-16 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