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형섭 (17·끝) 14년 내전·에볼라 위에 나를 세우신 하나님!

입력 2015-03-17 02:42
안식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조형섭 선교사가 지난달 12일 서울의 한 교회에서 아내 오봉명 선교사와 라이베리아 전통의상을 입고 함께 포즈를 취했다.

현재 한국인 선교사 2만7000여명이 타국에서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며 순교자의 삶을 산다.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

하나님께서는 철저한 유교 가문 출신인 나를 제자로 불러주셨다. 주님은 욕심을 내려놓고 헌신할수록 더 많이 채워주셨다. 그렇기에 28년간 선교지에서 겪은 최악의 상황들은 우리에게 예비한 축복의 통로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선교가 힘든 건 삶으로 믿음을 실천해 예수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베리아 사역 3년 만에 발발한 내전은 ‘사방으로 욱여쌈’(고후 4:8)을 당하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바라볼 곳은 오로지 하나님뿐이었다. 누구 하나 의지할 데 없던 그 시간이 도리어 하나님만 믿고 순종하는 법을 다시금 배우는 시간이 됐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다 순교한 세례요한처럼 나 또한 에볼라가 창궐하는 라이베리아에서 죽을 각오로 살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주님의 사명을 더 감당하라고 생명을 연장시켜 주셨다. 만왕의 왕, 승리의 왕으로 오신 주님께서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계 22:12)라고 약속한 말씀을 믿고 최후 승리의 그날까지 주님만을 의지하며 맡기신 사역을 감당할 것이다.

신앙 성장을 돕는 교회뿐 아니라 현지인의 자립을 돕는 종합병원, 기술학교, 태권도장을 세울 것이다. 또 밀알복지재단 그레이스학교에서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교육으로 이 땅의 어린이들이 장애의 유무를 떠나 나라의 주역으로 자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하나님께서 새롭게 주신 인생을, 말씀과 성령의 인도에 따라 겸손히 순종하며 사명을 감당하는 데 쓰려고 한다. 이러한 삶을 위해 나는 날마다 그분께 무릎을 꿇을 것이다.

나 선교사 조형섭은 이 ‘역경의 열매’ 연재기사의 주체가 아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빚은 질그릇이자 하나님의 계획이 담긴 작은 씨앗일 뿐이다.

벳세다 들판에서 예수님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5000명이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를 남길 정도로 풍족한 식량을 배고픈 군중에게 주셨다. 나 역시 라이베리아에서 현지인 영혼 구원 사역과 더불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오병이어를 전하고자 노력했다.

선교사인 내가 해왔고 앞으로 할 일은 세례요한의 마음으로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비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감사와 찬양의 삶을 살며 주님이 다시 오신다는 확신에 찬 담대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 선교와 복음 전파는 언약의 주님께서 다시 오셔서 영적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을 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예수 오실 날을 소망하며 생명이 다할 때까지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려 한다.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 나는 이것이 진정한 ‘역경의 열매’라 확신한다.

남편이자 부모로서 많이 부족했음에도 나와 함께 선교 사역을 감당한 가족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하나님은 부족한 나를 위해 아내인 오봉명 선교사를 동역자로 주셨다. 아내는 내 부족한 점을 묵묵히 감싸주고 돕는 배필의 역할을 훌륭히 감당했다. 두 자녀 또한 사역에만 몰두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족한 아빠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줬으며 선교 사역을 지지해줬다.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동안 라이베리아 선교에 동참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한국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