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인 선교사 2만7000여명이 타국에서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며 순교자의 삶을 산다.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
하나님께서는 철저한 유교 가문 출신인 나를 제자로 불러주셨다. 주님은 욕심을 내려놓고 헌신할수록 더 많이 채워주셨다. 그렇기에 28년간 선교지에서 겪은 최악의 상황들은 우리에게 예비한 축복의 통로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선교가 힘든 건 삶으로 믿음을 실천해 예수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베리아 사역 3년 만에 발발한 내전은 ‘사방으로 욱여쌈’(고후 4:8)을 당하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바라볼 곳은 오로지 하나님뿐이었다. 누구 하나 의지할 데 없던 그 시간이 도리어 하나님만 믿고 순종하는 법을 다시금 배우는 시간이 됐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다 순교한 세례요한처럼 나 또한 에볼라가 창궐하는 라이베리아에서 죽을 각오로 살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주님의 사명을 더 감당하라고 생명을 연장시켜 주셨다. 만왕의 왕, 승리의 왕으로 오신 주님께서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계 22:12)라고 약속한 말씀을 믿고 최후 승리의 그날까지 주님만을 의지하며 맡기신 사역을 감당할 것이다.
신앙 성장을 돕는 교회뿐 아니라 현지인의 자립을 돕는 종합병원, 기술학교, 태권도장을 세울 것이다. 또 밀알복지재단 그레이스학교에서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교육으로 이 땅의 어린이들이 장애의 유무를 떠나 나라의 주역으로 자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하나님께서 새롭게 주신 인생을, 말씀과 성령의 인도에 따라 겸손히 순종하며 사명을 감당하는 데 쓰려고 한다. 이러한 삶을 위해 나는 날마다 그분께 무릎을 꿇을 것이다.
나 선교사 조형섭은 이 ‘역경의 열매’ 연재기사의 주체가 아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빚은 질그릇이자 하나님의 계획이 담긴 작은 씨앗일 뿐이다.
벳세다 들판에서 예수님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5000명이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를 남길 정도로 풍족한 식량을 배고픈 군중에게 주셨다. 나 역시 라이베리아에서 현지인 영혼 구원 사역과 더불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오병이어를 전하고자 노력했다.
선교사인 내가 해왔고 앞으로 할 일은 세례요한의 마음으로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비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감사와 찬양의 삶을 살며 주님이 다시 오신다는 확신에 찬 담대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 선교와 복음 전파는 언약의 주님께서 다시 오셔서 영적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을 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예수 오실 날을 소망하며 생명이 다할 때까지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려 한다.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 나는 이것이 진정한 ‘역경의 열매’라 확신한다.
남편이자 부모로서 많이 부족했음에도 나와 함께 선교 사역을 감당한 가족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하나님은 부족한 나를 위해 아내인 오봉명 선교사를 동역자로 주셨다. 아내는 내 부족한 점을 묵묵히 감싸주고 돕는 배필의 역할을 훌륭히 감당했다. 두 자녀 또한 사역에만 몰두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족한 아빠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줬으며 선교 사역을 지지해줬다.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동안 라이베리아 선교에 동참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한국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역경의 열매] 조형섭 (17·끝) 14년 내전·에볼라 위에 나를 세우신 하나님!
입력 2015-03-17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