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솔로몬제도와 피지 사이에 있는 군도(群島) 국가인 바누아투가 초강력 사이클론(태풍)이 지나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노숙자 나라’로 전락했다. 65개 섬에 살고 있는 전체 인구 26만7000명 대부분이 집이 완전히 무너지거나 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고 AP통신과 영국 BBC방송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유엔은 전 세계의 긴급구호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바누아투는 2006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전 세계 178개국 중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평화롭고 낙천적인 곳이어서 사고 소식에 전 세계인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사이클론 ‘팸’이 초속 75m 속도로 바누아투를 강타해 4만7000명이 살고 있는 수도인 포트빌라의 가옥 90%가 피해를 당했다. 또 8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일요일 오전까지도 다른 섬으로 통하는 통신이 모두 두절돼 정확한 피해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8명 이외 북동부 지역에서도 40명 이상이 숨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지 월드비전 관계자는 “통신 두절로 우리 요원 76명의 생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16일 오전 군용기들을 띄워 다른 섬들의 피해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옥스팜 측은 “태평양 지역에서 있었던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라며 “지역사회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회의인 제3차 유엔 세계 방재회의 참석차 일본에 머물고 있는 볼드윈 론스데일 바누아투 대통령은 현지에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제사회에 원조를 호소했다.
국제사회의 구호활동도 본격화됐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는 공군기와 헬리콥터 등을 이용해 위생용품과 담요, 침낭, 모기장 등을 전달했다. 적십자사도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하지만 구호물품보다도 집이 무너진 이들을 수용할 대피소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지 관계자는 “300명이 대피한 곳에서 화장실 1곳을 함께 이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1980년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바누아투는 열대 해양성 기후를 가진 남태평양의 대표적인 휴양지 중 한 곳이다.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여행을 많이 오는 덕에 인구의 67.6%가 관광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그 외 농업(20.6%)과 제조업(11.7%) 분야에서 일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기준 3180달러(360만원)다. 이번 사이클론 피해로 관광시설이 대거 파괴돼 향후 휴양지로서 위상을 되찾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남태평양 ‘바누아투’ 최악 사이클론 강타, 전국민 노숙자 전락… 쑥대밭 된 지상낙원
입력 2015-03-16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