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0월 4일 광주 무등구장. 이날을 끝으로 무등구장 시대를 마감하는 KIA 타이거즈는 에이스 윤석민에게 마지막 마운드를 장식할 기회를 줬다. 팀이 넥센 히어로즈에 3-5로 뒤져있던 9회에 등판한 윤석민은 안타 3개를 맞고 3실점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그는 빅리그 진출의 꿈을 안고 국내 프로야구 무대를 떠났다.
15일 지난해 들어선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 윤석민이 돌아왔다. 정확히 527일 만이다. 팀은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4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윤석민의 등장만으로도 관중석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은 포기했지만 윤석민의 힘은 여전했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진 시간은 5분여에 불과했지만 팬들에게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6회초 윤석민은 양현종, 필립 험버, 박준표에 이어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나섰다. 첫 타자인 안익훈을 2루 땅볼, 최승준을 삼진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이어 김용의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윤석민은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골고루 섞으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던진 공의 개수는 18개에 불과했다.
이닝을 끝내고 덕 아웃으로 돌아온 윤석민은 환하게 웃었다. 웃음에는 지난 해 미국에서 보낸 힘겨운 시간과 국내 복귀전에 대한 부담을 털어냈다는 홀가분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윤석민은 2013시즌을 끝낸 뒤 지난해 2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아 보지도 못했다. 결국 윤석민은 4년 9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국내 무대 복귀전을 치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해 착실히 몸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하루라도 빨리 등판하겠다는 윤석민의 의지도 컸다.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두 차례 불펜 투구도 했다. 이날 경기는 결과보다 몸 상태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 밖의 호투를 선보이며 KIA 마운드에 청신호를 켰다.
눈에 띄는 것은 구속이었다. 윤석민은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구속이 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 대부분 80마일 후반대였고 빨라도 90마일(145㎞)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날 시범경기에서도 140㎞ 초반 대를 기록했지만 최고 146㎞까지 찍었다. 시범경기라 100% 전력을 다해 던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었다. 실전감각도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윤석민도 “오랜만의 등판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지난 반년 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해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은 투구였다”고 자평했다.
윤석민의 호투에도 팀은 1대 11로 완패했다.
목동 구장에서는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시범경기에서만 세 번째 홈런을 때리며 다시 한번 거포 본능을 보였다. 넥센은 박병호의 결승 솔로홈런을 앞세워 롯데 자이언츠를 2대 1로 물리쳤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프로야구 시범경기] 친정, 그 맛!… 윤석민, 527일만에 돌아와 1이닝 2K
입력 2015-03-16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