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차줌마’ 열풍에 ‘요리男’ 대세로 부엌으로 가는 남자들도 늘었네!

입력 2015-03-16 02:08 수정 2015-03-16 10:20

난데없이 등장한 ‘차줌마’ 때문에 대한민국 남자들이 곤경에 빠졌습니다.

차줌마는 연기자 차승원(사진)의 별명인데요.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뛰어난 음식 솜씨를 선보여 얻은 것입니다. 홍합짬뽕, 제육볶음, 장어구이에서 막걸리, 어묵, 식빵, 피자 등 못하는 음식이 없습니다. 차줌마표 레시피도 화제입니다. 188㎝ 큰 키에 잘 생긴 얼굴만으로도 기가 죽는데 프로급 요리 실력까지 갖춰 남자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반면 여성들은 열광합니다. 삼시세끼 시청률을 보면 30∼50대 여성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가부장적 분위기가 팽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세대입니다. 그렇기에 차줌마가 가정적이면서 자상한 ‘21세기형 남성상’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읍니다. “차승원 덕분에 밥 짓고 반찬 만드는 일이 얼마나 값진 능력인지 알게 됐다”며 “남편들도 이제 밥 차려 먹는 시늉은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때문인지 차줌마 열풍을 타고 요리학원에 등록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 남성 네티즌은 “삼시세끼 방송 초기 아내에게 ‘당신은 왜 저런 요리 안 해?’라고 핀잔을 줬지만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아빠는 왜 저런 요리 못해?’라는 역공을 당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등록했다”면서 학원 수강증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죠.

실제로 ‘하선정 요리학원’에는 최근 남성 수강생이 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별도로 운영하는 취미반에 수강 의뢰가 많이 몰리는데, 주로 50대 남성이라는군요.

덩달아 소형 취사도구 판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밖에서 사먹는 것으로 식사를 해결하다가 직접 해먹는 직장인과 자취생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밥족’이 늘면 더 많은 차줌마가 나올 겁니다. 프로야구를 즐겨보면 직접 글러브를 사서 야구하러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죠.

하지만 일부 직장인들은 “삼시세끼가 뭐냐, 삼시두끼도 바빠서 힘들다” “요리할 시간이 있으면 잠을 더 자겠다”고 푸념합니다. 밥 챙겨 먹을 여유도 없이 사는 현대인들, 그래서 ‘슬로 라이프’를 표방한 삼시세끼와 차줌마에게 더 열광하는지 모릅니다.

차줌마 열풍을 계기로 요리하는 남자가 더 늘어났으면 합니다. 양성평등 같은 거창한 논리를 떠나 바로 내 가족을 위한 일이니까요. 아내들은 아무리 차줌마가 부러워도 엄청난 요리를 기대하지 않을 겁니다. 휴일 점심때 떡국 한 그릇 정성껏 끓여낸다면 일단 합격 아닐까요?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